이제 초겨울인데 이곳 보스턴은 봄같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내년 졸업을 앞두고 다시 본격적으로 진로 탐색 (여기서는 I'm on the Job Market이라고 표현합니다)에 나선 상태입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학교 및 회사 자리를 모두 준비하고 있는데, 내년 가을에 채용하는 교수직의 경우 연말이 지원 마감인 경우가 많아서, 최근까지 숨가쁘게 각종 서류를 준비해서 첫 학교에 지원서를 내고 숨을 돌리는 찰나입니다. 

처음에는 교수직 지원을 아예 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대학원 생활을 이미 경험한 저에게는 연구 및 수업 이외에도 여러가지 잡무에 시달려야 하고, 연구에 필요한 환경이나 (특히) 사용가능한 데이터 측면에서도 열악한  '학교'라는 환경이 그렇게 탐탁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하고픈 연구의 방향이 분명해지고, 이를 최대한 자유로운 환경에서 좆고 싶다는 생각에 학계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배운 것을 최대한 다양한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데이터 등의 문제도 Crowdsourcing등으로 상당부분 해결되는 것 같고요.  

어쨌든 우여곡절끝에 굉장히 늦은 결심을 하고, 교수직 지원 서류를 준비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단 재미있는 것은 요구 서류가 대학원 지원 때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학교에서 1) 이력서(CV) 2) 연구계획서 3) 수업계획서 4) 추천서 등을 요구하는데, 3)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학원 진학 준비시에 필요한 사항입니다. 교수나 대학원생이나 역할은 다르지만 연구 활동에 종사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까요?

5년 전에 준비했던 서류를 다시 쓰면서 그동안 대학원에서 무엇을 배웠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난 번 글에도 썼지만, '연구'라는 활동을 맛보기에도 바빴던 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뭔가 정신없이 계속 읽고 실험하고 쓰면서 '어떻게 하는구나'는 배운 것 같은데, 아직 어느 한가지도 만족스러울 정도는 못되는 것 같습니다. 1~2년차 대학원생들의 서투름을 보면서 '나도 저랬었나' 싶다가도, 존경하는 교수님들을 보면 '나는 언제 저렇게 하나' 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마음속으로는 이런 애매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더라도, 스스로 굉장히 자신감에 찬 상태로 지원서를 작성하고, 인터뷰에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학 관련 글에서 밝혔지만, 설득력있는 연구계획서를 쓰는 것, 그리고 인터뷰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은 내적인 확신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을 겸비해야 하겠지만, 우리 문화권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겸손한 듯 하니까요 ;)

마음이란 녀석이 참 재미난 것이, 또 이렇게 자기 최면(?)을 걸다보면 스스로 '난 썩 괜챃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믿게 됩니다. 사실, 스스로 하는 일의, 그리고 자기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발견하고 키우는 것이 어찌보면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요. 특히 연구처럼 불확실성 및 재량이 큰 분야에서는 스스로를 믿고 우직하게 가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의구심이 들 때마다 프로젝트를 중단해왔다면, 저의 경우 지금까지 끝낸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었을 테니까요.

한가지 조언

마지막으로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직 지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조언'을 드릴 입정은 아닙니다만, 대학원에 계시면서 연구직, 특히 학교쪽으로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는 연차에 관계 없이 가능한 빨리 교수 채용정보 등을 많이 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1) 어떤 분야에 주로 채용공고가 나는지 2) 어떤 종류의 자격요건을 요구하는지 3) 이를 최대한 충족하기 위해 남은 대학원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등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전공 분야별로 채용 공고가 모이는  홈페이지는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컴퓨터 사이언스 쪽은 cra.org) 참고로 교수직에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올 여름에서야 내린 저의 경우, 만약 이런 채용 정보를 미리 알았더라면 1) 연구 방향을 어느정도 채용공고가 몰리는 쪽으로 맞출 수 있었을 것이며 (요즘 검색/HCI 분야의 Keyword는 'Social'입니다.) 2) 교수 채용시에 중요한 요건이 되는 티칭이나 연구 Grant 신청 등의 경험을 더 쌓고 3) 지도교수님 이외에 적어도 2인의 추천인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교수직 지원 과정에 대해 다루었는데, 다음번에는 (IT) 회사 인터뷰 준비를 다룰까 합니다. 최근 IT 기업 면접의 핵심이 되는 프로그래밍 인터뷰 준비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룰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