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ass Amherst에 도착했습니다.

유학생활 : 2007. 9. 13. 11:16   By LiFiDeA

한계 중량까지 우겨넣은 이민가방 두개와 캐리어를 끌고 호텔 방에 들어선게 엇그제 같은데, 벌써 이곳에 도착한지 20일이 되어 갑니다. 초반의 시차 문제, 모든 면에서 전혀 새루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일은 매순간이 도전이었지만, 이제 ’안정’되었다는 느낌이 서서히 들기 시작합니다.

처음 이주간은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날 골똘히 생각해보니 미국 생활,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숙사 생활, 직업으로서의 대학원생, 전공으로서의 컴퓨터 과학 등등 저를 둘러싼 환경 중 바뀌지 않은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혼자 빨래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제가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며, 그정도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도 다행이라고 새삼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이왕 이렇게 된 바에 스스로를 한번 푹 담가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에 가 보고, 기회를 만들어 예전에 해보지 못했던 것을 시도했습니다. 미국 학생들의 파티에도 가 보고, 그 어렵다는 냄비밥에도 도전해 시행착오 끝에 밥다운 밥을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미국 생활에서 서로 힘이 되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혼자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학교 및 연구실 생활도 많은 부분이 결정되었습니다. 연구실의 Bruce Croft, James Allan교수님과 면담을 하여 저의 리서치 비전과 랩의 연구 주제의 접점을 논의하였고 첫학기 수업인 정보검색(Information Retrieval)과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도 들어보았습니다. 다행히 교수들께서는 제 연구 관심사에 대해 호의적이시며, 수업 역시 정말 충실합니다. 자연어 처리 수업은 특히 기계학습 정보 추출 (Information Extraction)분야의 대가급 연구자인 Andrew McCallum교수님의 강의라 들어갈 때마다 긴장과 흥분의 연속입니다.

예전에 일주일간 맛본 적은 있었지만, 미국이라는 환경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먼지하나 뭍지 않고 어디서나 수돗물을 틀어 마실 수 있는 꺠끗한 환경에, 전세계 방방곡곡에서 온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을 지켜가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제가 있는 Amherst는 조용한 교외의 학교 타운이라 예전에 시애틀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 사회의 어두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마주치는 미국 사람들도 활기차고 친근한 모습입니다. 특히 한국과 달리 학교, 가게, 식당 등 어디가나 마주치는 스텝들의 친절은 인상적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진정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그 일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 합니다. 연구실에 같이 들어온 동료(대부분 석사 졸업생)가 여섯 명이나 되어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다시 찾은 안정과 편안함이 나태와 향락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너무 많은 일, 복잡한 생활에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었던 한국에서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먹는 일을 제외하고는 물건 구입도 최소한으로 하고, 유희만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도 자제하려 합니다. 핸드폰, 차, TV 등은 당분간 없이 지낼 생각입니다. 지금 제 책상에는 소로우와 스콧 니어링의 책이 꽃혀 있습니다.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고, 순간순간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를 아껴주시고, 이끌어주신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 마음 지켜가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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