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검색, 컴퓨터 비전, 기계 번역 등 알고리즘으로 인간을 흉내내려는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결국 사람이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줘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질의어에 주어진 문서가 적합한지, 번역된 문서의 뜻이 원문에 충실한지 등의 판단이 이에 속합니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게임화하여 자발적으로 하게끔 하게 만드는 것을 핵심 아이디어로 하는 연구의 동영상이 Human Computation이라는 이름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연구의 핵심인물인 Luis von Ahn은 그 해 미국 CS Professor Job Market의 Hottest Candidate이었다고 하죠.

그때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넘겼을 이 아이디어를 아마존이 사업화했습니다. 이러한 단순 작업의 노동력을 사고 파는 시장이 생긴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검색엔진 개발자가 질의어 100개와 각 질의어에 해당하는 Top100문서를 올리면 이들의 relevance를 누군가가 온라인으로 판별해주고 돈을 받는 것입니다. 실제로 얼마전에 MS에 인수된 자언어 검색 앤진 업체인 PowerSet의 검색 결과 판별이 올라와 있군요. 물론 온라인 옥션에서처럼 일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제안자가 확인하여 지불하는 시스템입니다.

단순히 검색 연구자에게만 관련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단순한 형태의 서비스지만, 앞으로 더 복잡하고 창조적인 일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피터 드러커나 폴 그라함, 구본형씨 등이 누누히 외쳐온 대로 전통적인 고용 형태가 점차 일회적이고 프로젝트 단위로 결합하여 일하는 ‘1인 기업(free agent)’의 집합으로 변화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블로그에는 이곳에서 일을 수행한 사람들의 처리 속도를 분석한 자료가 올라와 있습니다. 단순 작업이라도 일정한 속도로 처리하는 사람과 들쭉날쭉한 속도를 보이는 사람이 뚜렷이 구분되며 일 간에도 난이도의 편차가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사람에게 더 어려운 일을 배정하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군요. 효율도 효율이지만, 제가 일의 성과가 낱낱이 데이터화하고 이에 따라 다음에 할 일이 기계적으로 결정된다면 조금 우울할 것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