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4회에 걸쳐 1월 한달동안 제 생활에서 수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올렸습니다. 그동안 과정없이 결과만 올려왔는데, 오늘은 데이터 수집 및 분석 과정을 좀더 자세하게 써볼까 합니다.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이런 노력이 제 스스로 방법론을 체계화하는데도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입니다. 

목표 : 삶의 순간 순간을 최선으로 만들기

다소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저의 Self-tracking 목표는 항상 일관되게 '스스로 최선이라고 느낄 수 있는 순간순간을 보내기'입니다. 이는 포괄적인 의미에서 '행복도'라고 부를수도 있을 것이며, 어떤 객관적인 지표가 아닌 자신의 직관에 의존한다는 측면에서 정서적이며 현재 지향적인 지표입니다. 이를 질문의 형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주어진 일(시간)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는가?

사실 '최선의 순간'이라면 단지 즐기는 것을 넘어 좋은 결과 및 중장기적 의미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즐거움' (혹은 행복)으로 요약한 이유는, 어떤 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직관적으로 최상의 일을 최선을 다해 하고 있다는 것을 함축(imply)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즐겁더리도 마음 속에서 거리낌이 있다면 진정으로 즐기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종종 즐거움보다는 '필요'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됩니다. 또한 예기치 못한 상황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평가에는 항상 주변 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입니다. 예컨데 몸이 아픈 상황에서 비교적 일을 잘 마쳤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구제적으로, 저는 다음 1~5의 스케일로 아침/점심/저녁의 생활을 평가합니다. 

1 : 최악 : 기록적인 실패, 삶에 지속적인 악영향
2 : 부정 : 기대에 못미침
3 : 보통 : 평균적임. 특이사항 없음
4 :  긍정 : 기대 이상
5 :  최상 : 기록적인 성공, 자신의 한계를 넒힘
위 평가 항목을 보면 주로 스스로의 '기대'에 근거하여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바램을 담는 것입니다. 이중, 최악 혹은 최상의 평가치는 그 결과를 나중에까지 기억해두어야 될 정도인 경우에만 부여합니다. 매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가치가 반영된 평가기준이기는 하지만, 거의 10년간 어떤식으로든 평가를 내려온 탓에 제게는 매우 익숙한 방식입니다. 

데이터 수집 : Evernote로 일지 작성

위 목표를 염두에 두고 저는 그동안 다양한 기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기 이전인 2002년에서 2006년까지 스스로 개발한 프로그램 (설명은 작년 포스트 참조) 을 사용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나왔고 스스로 개발 및 유지보수하는 노력도 만만치 않아 어느순간 '있는 프로그램을 잘 쓰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작년까지는 온라인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해 왔습니다. 온라인 스프레드시트를 잠깐 소개하면, 아래와 같은 시간표에 주요 일정에 대한 계획 및 진행사항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스프레드시트의 특성상 통계 및 그래프 처리가 간편하고, 온라인 서비스 (Google Docs)를 사용하면 어디서든 데이터에 접근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정된 틀에 넣기에는 데이터에 부가정보가 많았습니다. 또한 테이블에 매일 삶의 기록을 입력하는 것은 '손맛'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기록해야 한다면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

그래서 최근에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 주간 일지를 Evernote로 쓰는 것입니다. 그날 그날의 느낌, 한 일 및 결과, 보고 들은 것등을 한곳에 기록할 수 있으니 편리하며, 줄글 및 서식을 섞어 쓸 수 있으니 형식에도 구애를 받지 않게 됩니다. Evernote 컨텐츠는 PC / iPad / iPhone에 모두 동기화된다는 점도 데이터 접근성을 높입니다. 아래는 제가 사용하는 Template의 일부입니다. 


위의 Google Doc문서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있지만, 훨씬 더 유연하게 기록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오전 평가치가 4에서 3으로 바뀌었다면 4-3으로 기록합니다.) 기본적인 일정 목록에 다양한 기호를 정의하여 일정의 특이사항을 기록합니다. 일정을 기록하다보면 종종 뒤로 미루어야 할 일이 생기는데 이런 경우 일정 앞에 '>'기호를 사용하여 이를 표시합니다. 주단위로 문서를 생성하는 이유는 한주의 일정을 한 페이지내에서 볼수 있기 위함입니다.

기록 방법은 앞으로 더 보완해야겠지만, 그동안 얻은 교훈은 최대한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해야 더 풍부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분석단계에서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제대로된 데이터가 입력되지 않으면 분석은 가치를 잃습니다. 그것이 제가 얼핏 더 Low-tech로 보이는 줄글 및 목록을 결합한 형태의 기록방식을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데이터 분석 : Excel + R

수집된 데이터는 매주 엑셀 Sheet에 옮겨 기록합니다. 시간이 날때 Evernote API를 사용해 주간일지 문서에서 평가치 등등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스크립트를 만들 생각입니다만, 평가를 위해 주간 일정을 옮겨적는 과정에서 그주에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는 기회를 얻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그동안 여기 올렸던 컬러풀한 테이블이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이 테이블을 R에 넣어 분석합니다. 데이터가 작은 관계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다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회귀분석 (regression), 시계열 분석 등 좀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할 생각이지만, 아직은 변수간 상관관계 분석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작은 데이터에 대한 간단한 분석을 위해 너무 복잡한 기술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그동안 얻은 교훈입니다. 

글을 마치며

처음에는 (지금도 가끔) 자신의 생활을 숫자로 평가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종종 (스스로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보면서,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가 일깨워주는 교훈을 느끼며 이런 노력이 단지 시간낭비는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파악하고 변화시키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참조 : Quantified Self, The Happiness Project )

1월의 분석은 현상 파악에 집중했지만, 2월부터는 변화를 실천하며 이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즉, 이미 대조군(control group)이 마련되었으니, 실험군을 만들어 차이를 지켜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삶 자체가 거대한 실험처럼 느껴지는군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실험을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