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Bing에서의 인턴을 마치고

유학생활 : 2010. 9. 12. 07:34   By LiFiDeA
최근에 3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쳤습니다. Bing서치와 MSR Clues그룹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짐을 챙기다보니 제 사무실이 있는 Bellevue에 처음 왔을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낯선 환경과 일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이곳에서의 생활에 정착한 느낌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턴 기간동안 느낀점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박사 졸업 후 진로 : 회사냐 학교냐

인턴십은 많은 부분 일 자체보다는 일을 통한 배움에 의의가 있을 것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향후의 진로에 대한 더 나은 의사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는 데 있을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제게 가장 중요한 결정은 향후에 산업걔(industry) 혹은 학계(academia)에 진출하느냐였습니다.  물론 인턴십 한번으로 회사 생활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Bing과 MSR에서의 경험은 많은 것을 명확하게 해 주었습니다. 저의 깨달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는 제한된 환경에서의 보호를, 학교는 자유로운 환경에서의 책임을 제공한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마음껏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일 매일이 흥분의 나날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큰 조직이 주는 안정감과 지원, 그리고 보상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초기의 환상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회사라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연구자들이 받는 제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구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모든 과정에서 회사의 정책과 우선순위를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과 철학을 공유하는 조직에서 일을 한다면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학자로서의 독립성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학계에서의 생활은 많은 부분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신임 교수나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펀딩(grant)을 따 내고, 이를 같이 수행할 협력자들과 학생을 구해야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 과정을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신입 조교수들이 대부분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아울러 학계에서의 실적은 퍼블리케이션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학계에서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는 비교적 용이하지만 그 반대는 좀더 힘들어 보인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까지 고려한다면, 만약 연구자로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찾을 수 있다면 그곳을 선택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학교에 자리를 잡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학자로서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절충안으로는 Microsoft Research등의 산업체 연구소에 자리를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인턴을 위한 조언

다음으로, 인턴 생활을 더 잘 하기 위해 염두에 둘 사항입니다. 우선은 맨토(상사)를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맨토의 개인적인 능력과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어야 인턴으로 있는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머신, 데이터 등)을 구해주고, 잡무 등에서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턴 기간동안 수행할 프로젝트의 선택입니다. (프로젝트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3개월 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적당한 크기와 난이도의 일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며, 더 중요한 점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느냐입니다. 저의 멘토는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Don't choose a project unless you have the data ready at the 1st day of your internship
실제로 주변에서 선택한 프로젝트의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아 한달 가량을 허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문제 정의 및 데이터 분석, 해결책 도출 및 정리 발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착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는 피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고려사항은 맨토 및 자신의 팀이 얼마나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느냐입니다.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에 부합할 경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턴 기간에 결과를 내기가 용이해집니다. 또한 인턴 기간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실시간 검색(real-time search)라는 토픽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이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위 사항을 고려하여 다른 프로젝트를 선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맨토 및 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나 합니다. 인턴 생활을 통해 졸업이 앞당겨진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분야의 연구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글을 마치며

3개월이라는 기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도 바쁜 시간입니다. 하지만, 학교 생활과는 전혀 다른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늦어도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는 3~4년차에 꼭 지원해볼 것을 권합니다. 

바쁜 1학기를 끝내고, 논문을 한편 제출하고,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서치에서의 인턴 생활을 위해 시애틀에 온지 일주일이 되어서야 블로그를 쓸 여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기복 없이 꾸준히 쓰려고 하지만, 글쓰기를 손에서 놓은지가 오래 될수록 다시 잡기도 힘들어지는군요. 그동안 학교에서 논자시 및 석사 학위 자격 심사를 통과하였고, SIGIR에 첫 논문을 내었으니, 변명거리가 없지는 않은가요.

대학원에서의 첫 3년을 마치고, 회사로 출근하여 첫주를 마치고 난 지금,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보낸 시간과 내가 배우고 익힌 것들, 검색 연구라는 같은 일을 하지만 많이 다른 회사 사람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해야할 일들...

그중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학생과 연구자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업과 연구를 병행하였지만, 주로 성적과 논문으로 평가받고 '졸업'이라는 당면한 목표를 앞둔 상황에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연구자의 본분과는 조금 거리를 두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 와서는 수억명이 매일 사용하는 검색 엔진의 성능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그 결과에 따라 평가받는 사람들을 만나고, 저도 같은 책임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항상 사용자 데이터가 없는 것이 고민이었는데, 여기 와서는 너무나 많이 쏟아지는 데이터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고민입니다. 

이는 분명 제가 꿈꾸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자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학교에서 연구를 할 때는 제한된 데이터를 가지고 온갖 가정을 세워가며 결과를 내는 것이 가능했지만, 여기서는 충분한 데이터가 주어지는 대신에 그동안 엄청난 인원과 자원을 투입하여 갈고닦은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지 못한다면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데이터를 얻는 일에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고,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기에,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큰 도전입니다. 

어쨌든 이제 일주일이 지났지만, 검색 연구자로서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단순한(?) 검색 모델들이 실제 현업에 적용되기까지 다양한 변형을 거친다는 점, 그리고 실제 그 정도 규모의 검색 서비스가 이루어지기까지는, 핵심이 되는 색인 및 검색 모듈 만큼이나 이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지원 모듈이 중요하다는 점도 배웠습니다. 미국에서의 회사 생활,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조직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앞으로 주어진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최대한 배워가려 합니다. 좀더 자주 이곳을 통해 소식 전하겠습니다. 

P.S. 시애틀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을 몇장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