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에서 발휘된 iPad의 진가

Review : 2010. 11. 8. 11:55   By LiFiDeA
토론토에서 CIKM'10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대로 컨퍼런스 내내 iPad만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초기 적응기를 거쳐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iPad의 진가를 알수 있었습니다. 컨퍼런스의 각 상황별로 사용소감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Attending Talks

학술 컨퍼런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발표를 듣는 것입니다. 발표는 크게 연구 분야를 개관하고 조망하는 기조연설(keynote speech)와 컨퍼런스의 주된 프로그램이라고 할수 있는 논문 발표(technical talk)으로 나뉩니다. 기조연설은 SoundNote라는 앱을 통하여 핵심 부분을 녹음해가며 내용을 정리하였고, 논문 발표시에는 GoodReader를 사용하여 실제 논문에 주석을 달아가며 읽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컨퍼런스 Proceeding (논문집)이 CD로 제공되는데, GoodReader에 CD를 넣어두면, HTML인덱스 페이지에서 PDF 논문으로의 링크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이는 많은 부분 노트북으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iPad의 폼펙터와 베터리 성능은 이를 훨씬 수월하게 합니다. 또한, 논문에 주석을 다는 일은 마우스보다 터치 인풋을 사용할 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타이핑 역시 익숙해지니 단순 텍스트 입력에는 실제 키보드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또한 책상이 제공되지 않는 많은 환경에서, iPad는 노트북보다 장시간 사용하기가 좀더 용이합니다. 

Giving a Poster Presentation

이번 컨퍼런스 참석의 주된 목적은 포스터 발표였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제가 개인 문서를 브라우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었기에, 포스터와 함께 실제 시스템의 데모가 필요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개발한 시스템은 웹 기반이었기에, 포스터 발표 도중에 iPad를 사용하여 즉석 시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포스터 발표를 들은 분들께서 필기 입력이 가능한 입을 사용하여 방명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iPad가 가벼운 무게는 아니지만, 노트북을 들고 서있는 것과는 비교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Socialize & etc.

비디오 발표를 포함하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세상에서,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가장 큰 목적은 관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요? 휴식 및 식사 시간, 혹은 기타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떄, iPad는 만능 프리젠테이션 툴로 변신합니다. 한 기기에서 포스터, 논문, 그리고 데모까지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있을 때 노트북을 꺼내기는 웬지 힘들지만, iPad는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노트북보다 social context에서 훨씬 자연스러운 태블릿의 매력이 발휘되는 부분입니다. 

마치며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집중되고, 이에 따라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상황에서, 컴퓨터와 거의 동일한 (혹은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하면서 훨씬 광범위한 컨텍스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iPad와 같은 타블렛의 인기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서 있거나, 책상이 없거나, 한손만이 사용 가능하거나,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타블렛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펜 입력이 되지 않는 등 기능적 제약으로 완전히 종이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터치와 펜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타블렛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내년에 공개될 iPad 2를 기대해봅니다. 

유학생의 뒤늦은 iPad 사용기

Review : 2010. 10. 26. 12:56   By LiFiDeA
며칠전에 종이의 가치를 강조하는 글을 썼지만, 조만간 참석하는  ACM CIKM 2011 컨퍼런스에서의 포스터 발표에 활용할 요량으로 iPad를 구입하였습니다. 여기 미국에서 살 사람들은 다 산 물건이긴 하지만, 뒤늦게나마 대학원생의 관점에서 간단한 리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컨텐츠 소비에서 생산까지

iPad가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디바이스라는 점은 익히 들었지만,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베터리 등에 신경쓰지 않고 몇시간이고 앉아 뭔가를 읽거나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존 노트북 사용과 차별화되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두세시간을 뭔가 읽으면서 보내는 저같은 사람에게 이는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물론 아직은 종이를 읽는것과는 다르지만, 출력의 번거로움과 출력된 결과물의 관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iPad와 같은 디바이스의 존재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 경험의 완성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PDF 읽기를 살펴봅시다. 처음에 애플 스토어에서 테스트해본 웹브라우저 상의 PDF리더는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프로그램에서 부족한 부분은 Third-party 엡들이 모두 채워주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GoodReader라는 프로그램은 iPad에 최적화된 스크롤링 및 글자가 있는 부분만 남기고 화면을 Crop해주는 기능, 문서에 주석을 달아 저장하고 메일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사실상 논문을 읽는데 전혀 문제없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PC 및 앱간의 파일 교환 역시, 어디서나 같은 스토리지를 공유하게 해주는 DropBox가 많은 앱에 거의 표준으로 사용되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글 작성 및 컨텐츠 생산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합니다. 열손가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크린을 이용한 타이핑도 그렇고,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터치 인풋 역시 오히려 하나의 커서를 사용하는 마우스 입력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distraction을 없애고 글쓰기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IA Writer 및, 터치 인풋을 최대한 활용하는 iPad용 드로잉 프로그램인 OmniGraffle을 사용해본 결과 맥북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편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제 3의 디바이스라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많이 수긍이 갑니다. 또한, 잡스가 최근에 7인치 타블렛에 대해 혹평한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의 말처럼 9인치의 iPad는 제대로 된 읽기 및 쓰기를 위해 최소한의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제품으로, 존재하지도 않던 시장을 창출해낸 애플의 기획 및 기술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쉬운 점? 

물론 첫 모델이니만큼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직 손으로 들고 작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런 무게에, 프린팅에 최적화된 PDF등으로 작은 글자를 읽을 때 화면 해상도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한글 입력과 멀티태스킹은 11월에 나올 iOS 4.2에서 구현된다고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한,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유연성(freedom of expression) 관점에서 보면 아직 Freehand 인풋과 드로잉, 그리고 키보드 입력을 우아하게 결합한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또한 펜(스타일러스) 인풋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잫이 실망했었는데, 95%의 작업은 오히려 손가락이 편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 5%의 경우를 위해 펜을 구입하고, 휴대하고, 또한 손가락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클지도 모릅니다. 어느 누구도 펜없는 타블렛을 상상하지 못할 때, 과감히 펜을 제외한 iPad를 내놓은 애플(스티브 잡스)의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펜이 꼭 필요한 경우가 간혹 있기에, 이후 모델에서는 펜 입력을 지원해주기를 바랍니다.

iPad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iPad가 여러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기기임은 분명하지만, 제 경우 아직 이런 장점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보기기가 사용자의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워크플로우(workflow)에 통합되고, 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하기 떄문입니다. 예컨데, 아직 delicious에 저장된 제 북마크를 가져오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저처럼 웹이나 블로그에서 무언가를 읽으면서 내용을 따로 정리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태스크 스위칭의 미비로 말미암아) 메모 프로그램과 브라우저를 오가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은 불편들이 때로는 다른 모든 장점을 무효화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워낙 다용도에 엡의 종류도 많다보니, 아직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득하게 책을 읽거나 할 정신적 여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불평아닌 불평이 생깁니다. 오직 독서만이 가능한 장점(?)때문에 킨들은 샀다는 친구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입한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에 앞으로는 좀더 제대로 활용해보려 합니다.

p.s. 내일부터 열리는 CIKM 2010에 참석하기 위해 토론토에 와 있습니다. 한동안 Twitter계정을 두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적극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lifidea를 팔로우해주세요 ;)

이번에 iPad에 관한 기사 중 TIME지의 Stephen Fry가 iPad 디자인 및 개발 담당 Senior VP, 그리고 스티브 잡스를 모두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저도 맥북과 iPod Touch를 쓰고 있으며 주변사람(특히 개발자)들에게 애플 제품을 많이 권하는 편이지만, 이 기사에 실린 iPad의 개발철학을 듣고서는 애플이 진정 '컴퓨팅의 미래'를 보고있다고 느꼈습니다. 얼마전 구글의 경쟁력에 관한 글을 썼는데, 오늘은 애플의 경쟁력을 '철학'의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기능이 아닌 경험을 제공한다

우선 애플의 디자인담당 수석부사장인 Jonathan Ive는 iPad의 본질이 기능이 아닌 경험이며, 들어간 기능보다 빠진 기능들이 더 자랑스럽다고 말합니다. 보통은 더 많은 기능을 미덕으로 생각하는데, iMac, iPod, iPhone, iPad를 모두 디자인했다는 그의 말은 남다릅니다. 

제품의 가치가 개별 기능의 총합에 비례하지 않으며, '경험'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기능이라면 빼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애플이 자사의 품질기준에 어긋나는 앱을 엄격한 심사로 가려내는 것이나, 아이폰 OS에 자칫 기기의 성능을 현저하게 떨어뜨릴 수 있는 멀티태스팅을 아직 허용하지 않는 것은 이런 철학에 기초한 의사결정입니다. 

"As for everything else, it's not about the features — it's about the experience. You just have to try it to see what I mean."

"In many ways, it's the things that are not there that we are most proud of," he tells me. 

"For us, it is all about refining and refining until it seems like there's nothing between the user and the content they are interacting with."

위의 밑줄친 표현이 명확하게 전달하듯, 기능이 아닌 경험이라는 말의 의미는 사용자가 수단(제품)을 의식조차 하지 않고 목표(컨텐츠)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 몸의 일부인 것 처럼 그 존재 자체를 망각하게 하는 것은 가히 도구(tool)로서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경지가 아닐까요.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한다

저자는 애플의 또다른 성공비결이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데 있다고 말합니다. 감성은 이성적 판단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론을 내놓기에 사람들이 애플 제품에 끌릴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회사와 달리 애플의 제품에 광적인 팬이 많다는 것은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합니다. 

Apple's success has been founded on consumer products that address this side of us: their products make users smile as they reach forward to manipulate, touch, fondle, slide, tweak, pinch, prod and stroke

I had been prepared for a smooth feel, for a bright screen and the "immersive" experience everyone had promised. I was not prepared, though, for how instant the relationship I formed with the device would be

But for me, my iPad is like a gun lobbyist's rifle: the only way you will take it from me is to prise it from my cold, dead hands. 

위에서 저자는 iPad를 본 순간 '관계'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설득하려고 들지 않고 감동을 주는 제품이라면 성공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감동을 받은 사용자는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자신이 그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를 정당화시킬테니까요.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그 감동을 전하려고 노력할테니까요. 

독립 제품이 아닌 플렛폼

예전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iPod에서 출발하는 애플 모바일 기기의 기본적인 철학은 제품을 기반으로 하는 플렛폼을 개발하고 육성하는 것입니다. 일단 생태계가 형성되고 나면 돈을 들여 광고하거나 컨턴츠를 개발할 필요도 없으며, 고객 충성도 역시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iPad에 대한 유명 출판사 사장의 말을 들어봅시다. 

"it gives control back to us and allows us to discover how the market is developing. Frankly, when I saw the iPad, it was like an epiphany ... This has to be the future of publishing. You'll know if you've spent any time with one."

이처럼 출판사들은 저가 공급을 강요하는 아마존보다는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는 애플에 더 호의적입니다. 컨텐츠 기기의 경쟁력이 사용가능한 컨텐츠의 양과 질에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iPad는 아마존의 아성인 전자책 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흔히 하이테크 회사의 경쟁력은 기술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기술 측면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회사이지만, 애플의 경쟁력을 완성하는 것인 이러한 철학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어떤 회사도 모든 기술을 스스로 개발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기술을 가졌냐보다는 보유한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iPad 발표시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인문학(Liberal Arts)과 기술의 교차점에 서있는 회사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애플이 기술 만큼이나 그 기술을 사용하는 주체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임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나오기를 기원해봅니다. 

요즘 어디서나 iPad이야기입니다. 주로 개발(hacking)용으로 컴퓨터를 쓰는 저는 결국 베일을 벗은 Apple Tablet이 범용 컴퓨터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지만, 갈수록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미디어는 많아지고 그동안 노트북으로 장시간 웹페이지나 영화를 보는 데 한계를 느꼈던 점을 생각하면 분명 매력적인 기계입니다. 그리고 IT업계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터미널(console)을 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얼마나 불편해 하겠습니까 ;)

오늘은 iP* 시리즈에서 나타나는 애플의 계속된 '플렛폼화' 전략이 업계, 특히 한국의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가 컴퓨터로 대학원에 진학한 제가 귀에 닳도록 들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를 해서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
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주변 분들이 '삼성전자에는 컴퓨터 전공 임원이 하나도 없다', '프로그래머는 정년이 40이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잠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잘 하는 성향 탓에 별 고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가 2006년의 일입니다.

하지만, 2010년 한국 언론의 IT관련 섹션은 재주는 한국, 실속은 외국… 스마트폰도 뒤처져 ‘위기’애플 ‘아이패드’ 공개…콘텐츠 유통 혁명 “뭐하니, IT 코리아”와 같은 기사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발언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무시해서는 삼성전자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애플이 파는 휴대폰은 단 한종류이고, 판매 댓수도 노키아의 1/10이 안 되지만 순익은 더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 판매에서 온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것이 소프트웨어의 힘입니다. 남들이 휴대폰을 하드웨어와 네트웍 비즈니스로 볼 때, 이를 애플리케이션을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플렛폼으로 볼 수 있었던 혜안,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운영체제와 개발 환경을 포함한 풀 스택(full stack)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기술력이 오늘의 iPhone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iPhone에서 나타난 애플의 성공 비결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애플이 처음 iPod을 내놓았을때에도 초기 반응은 신통치 않았지만, iTunes 및 뮤직 스토어와 결합된 차원높은 사용 환경(user experience)은 결국 iPod이 세계를 제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iPhone에 이어 iPad에서 플렛폼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iPad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그동안 iPhone 앱을 개발하던 인력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내놓기 시작하면 점차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전자 및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이룩한 성장은 눈부시지만, 기술의 상향 평준화에 따라 하드웨어에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하드웨어 판매를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갑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의 판매에는 국경도 없고, 고정 비용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황금 산업입니다. 하지만 플렛폼화는 커녕 휴대폰마다 운영체제를 따로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에게 이것은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까요.  '플렛폼 전략'이라고 간단히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범용 운영체제-컴파일러-개발 툴을 제공하고, 개발자들이 이를 활용하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이런 노력이 다시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판매 및 개발을 더욱 활성화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술 뿐만 아니라, 개발자 지원 등의 플렛폼 운영 노하우, 그리고 사회적인 인프라까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대표격인 삼성전자가 뒤늦게나마 '바다'를 만든다고 나섰지만, 한두 업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풀뿌리 축구가 결국 그 나라 대표팀의 성적을 좌우하듯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직업 프로그래머의 대우도 개선하여 최고의 인력들이 몰리도록 해야 합니다. 플렛폼 전략으로 세계를 이끌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우대받는 미국, 그것도 실리콘 벨리의 회사라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최근 화두가 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기를 기원해 봅니다.


P.S. 그나저나, iPad은 과연 성공할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