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예전에는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였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 자기개발이 붐'이라는 식의 기사를 보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특정한 외부적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는 것이 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의 경우에도 자기개발은 오랜 화두였지만, 관심과 의욕은 높으면서도 지속적인 실천이 쉽지 않은 까닭에 잦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자기개발의 가장 흔한 형태 - 독서

자기개발은 역시 독서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자기개발서'가 출간되는 책 중에 살당수를 차지하지만, 미국에서도 Self-help라고 하는 자기개발 분야는 출판물을 중심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기개발을 위한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Life-coaching이라는 직업군까지 등장할 정도이니, 그 열기는 보통이 아닙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자기개발'에는 다양한 세부 분야가 존재합니다.



프랭클린 플래너나 GTD (Getting Things Done)등의 방법론과 툴이 결합된 형태를 제외하면, 전통적인 자기개발은 이처럼 책에서 본 내용을 개인 각자의 의지에 따라 실천하는 형태를 띕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1)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저자 입장에서 기술한 것이라 독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처방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2) 책에서 설명한 내용을 이해한다고 해도 의지력만으로 지속적인 실천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3) 책에서 모든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각 개인의 고유한 문제나 필요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자기개발 - Self-tracking

이런 한계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근 미국에서는 자기 삶에서 수집한 데이터에 근거하여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자기개발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집되는 데이터의 종류나 수집 방법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이런 방식을 흔히 Self-tracking이라고 총칭합니다.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는 측면에서 Self-tracking은 일종의 Life-logging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Life-logging이 다양한 포멧의 데이터 수집, 검색 및 시각화에 초점을 맞추는 데 비해, Self-tracking은 정량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 및 행동 변화(Behavioral Change)에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Self-tracking의 구체적인 사례는 현재 Pinoeer중 한명인 Gary Wolf가 Wired지에 기고한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를 잠깐 발췌해 소개합니다. 
 I got up at 6:20 this morning, after going to bed at 12:40 am. I woke up twice during the night. My heart rate was 61 beats per minute, and my blood pressure, averaged over three measurements, was 127/ 74. My mood was a 4 on a scale of 5. My exercise time in the last 24 hours was 0 minutes, and my maximum heart rate during exercise was not calculated. I consumed 400 milligrams of caffeine and 0 ounces of alcohol. And in case you were wondering, my narcissism score is 0.31 (more on that in a moment).
윗 글에 나타나듯, 자신의 신체 및 정신적 상태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계량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계량화된 정보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제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지식의 축적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떤 책에서도 얻을 수 없는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러한 통찰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누군가가 쓴 책을 읽고,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나아가 해결책을 실험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Self-tracking 경험을 공유하는 블로그 Quantified Self에 올라온 실제 사례를 살펴봅시다. Seth Roberts라는 사람은 버터를 먹거나 먹지 않고 정해진 유형의 수학 문제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을 매일 측정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Seth는 이에 근거하여 버터에 포함된 영양소가 수학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연구의 과학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런 '실험'은 작은 노력으로 개인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니다.



왜 지금 Self-tracking인가?

이렇게 데이터에 근거하여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에서 섭취 및 소비 칼로리를 기록하게 하는 것이나, 운동선수들이 정확한 측정을 통해 퍼포먼스를 향상시키는 등의 활동이 모두 일종의 Self-tracking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는 지난번에 소개한 Deliberate Practice의 개념과도 상통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Self-tracking이 최근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스마토폰 등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정보를 기록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수단이 보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많은 Self-tracking툴들이 iPhone 혹은 Android 앱이며, 그 수는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그중 많은 툴들이 Twitter등의 SNS서비스와 연동되어 자신의 목표달성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나의 Self-tracking 경험

저 스스로 Self-tracking을 하고 있냐구요? 사실 저는 2002년부터 MyLEO라는 툴을 만들어 제 개인의 일정 및 지식을 관리해오고 있었습니다. MyLEO는 일정관리를 중심으로 하는데, 각 일정을 A부터 F까지 평가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될 수 있습니다. (아래 스크린샷 참조) 





약 3년간 툴을 만들면서 실험한 결과로 제 개인의 평균 행복도 (일정별 점수의 기간별 평균치)가 꾸준히 올라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으니 (아래 차트), 어느 정도는 성공한 실험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대학원에 와서는 다른 실험에 바빠지면서 이런 종류의 '실험'을 계속하지는 못하였으나, 최근 들어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의 최근 실험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을 기대하세요 ;)



관련 자료 & 맺음말

 현재 Self-tracking에 관련된 가장 광범위한 정보는 Gary Wolf등 몇몇 사람들이 만든 Quantified Self라는 블로그를 통해 얻으실 수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는 전세계 각지의 Self-tracker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Boston Quantified Self Meet-up에 참가하여 TrackYourHappiness등 여러 재미있는 스터디에 관한 발표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또한 Self-tracking은 Human-computer Interaction 및 Cognitive Psychology 분야의 학자들도 활발히 연구하기 시작한 분야입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논문은 여기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HCI 분야의 가장 큰 학회인 CHI2010과 CHI2011에서는 이와 관련된 워크샵이 열리고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데이터를 기록하는 문제, 데이터 기록이 다시 개인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관련 연구주제가 존재합니다.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모든 면에서 일반화되어가는 요즈음, 개인의 성찰 및 성장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생각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해 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Self-tracking은 아직 미국에서도 이제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새로운 트렌드이지만, 앞으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분야입니다. 자기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해 삶을 변화시킨다는 생각, 너무 Geeky한가요? 여러분은 어떤 종류의 Tracking을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하고 싶으신가요?)

관련 자료 / 툴 모음
http://quantifiedself.com/self-tracking-links-to-get-you-started/
 http://personalinformatics.org/tools

광고 한말씀 : 지금 제가 운영하는 'EduHow - 유학생 커플의 공부 뒤집기'블로그에서 독자 설문을 진행중입니다. 유학에 관심있는 많은 독자분들의 참여 부탁드립니다!  여기서 설문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떤 분야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10,000 시간(혹은 10년)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연구결과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하지만, 10년의 노력을 기울이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얼마전에 읽은 'Talent is Overrated'라는 책 (번역서 :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의 저자 제프 콜빈은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주도면밀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한다는 면에서 일반인들과 구별된다고 주장합니다.

Deliberate Practice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주도면밀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입니다. 저자는 보통 연습과 주도면밀한 연습의 차이를 1) 적절한 난이도를 가진다 2) 취약한 부분에 집중된다 3) 견디기 힘들 정도까지 반복된다 4)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등으로 설명합니다. 즉, 다음 글에서 묘사하듯이 자신이 약한 부분을 찾고, 이를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힘겨울 정도까지 반복하며 보완해나가는 과정이 주도면밀한 연습입니다. 
"For the superior performer the goal isn't just repeating the same thing again and again but achieving higher levels of control over every aspect of their performance. That's why they don't find practice boring. Each practice session they are working on doing something better than they did the last time."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편안한 일을 익숙한 방식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처럼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한계치까지 계속 반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자는 특히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제대로 된 피드백이 없는 연습은 '무릎까지 오는 커튼을 쳐놓고 볼링을 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장기간의 연습 끝에 찾아오기 마련인 타성도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Great performers never allow themselves to reach the automatic, arrested development stage in their chosen field. The essence of practice, which is constantly trying to do the things one cannot do comfortably, makes automatic behavior impossible.
주도면밀한 연습은 이처럼 Comfort Zone에 머무르려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며,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예컨데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피드백은 전문가를 항상 곁에 둘수있는 극히 제한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기회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느 분야건 정상에 도달하는 사람들의 수가 극히 적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Why Does It Work?

저자는 장기간에 걸처 주도면밀한 연습을 반복할 경우, 상황의 미묘한 차이를 분간해내는 지각 능력이 생기고,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쌓이면서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기억하는 능력도 향상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이 쌓이는 과정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Constantly trying to extend one's abilities requires amassing additional knowledge, and staying at it for years develops the critical connections that organize all that knowledge and make it useful.

즉, 끊임없이 능력을 개발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정상급 성과를 내는데 필수적인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입니다. 


Deliberate Practice & Knowledge Worker


위에서 설명하는 주도면밀한 연습의 개념을 들으며 운동선수나 음악가 등의 훈련을 떠올리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얼핏 정확한 계량화가 어려워 보이는 일반 업무에도 이런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즉, 1) 자신의 핵심 업무를 그 구성요소로 나누고, 2) 각 구성요소별 평가 및 연습방법을 고안하고, 3) 취약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습하고, 4)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며 이를 계속한다면, 주도적인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대학원생인 저의 주된 업무라고 할 '연구'를 예로 들어봅시다. 연구의 구성요소는 다음 몇가지 프로세스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흥미있있고 해결가능한(tractable) 문제를 찾고
  2. 관련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여
  3. 기존에 제시되지 않은 새로운 해결책을 고안하고
  4.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한 후
  5. 출판 / 발표 등의 형태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위에서 소개한 각각의 요소에 실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 중 2) '지식 습득' 이라는 측면이 스스로 취약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학문적 지식 습득의 대표적인 형태는 논문을 읽는 것인데, 논문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주도면밀한 연습'을 다음과 같이 설계할 수 있습니다. 
  • 스스로에게 벅찬 양을 정해놓고 꾸준히 읽는다.
  • 논문당 시간을 정해놓고 읽는다.
  • 여러 기준으로 논문을 평가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본다.
  • 리뷰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위와같이, '논문읽기'라는 단순한 행위에도 주도면밀한 연습의 개념을 도입하면,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논문 하나도 이런 식으로 읽다보면, 힘은 들어도 시간에 따라 발전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pilog

이 책의 저자는 '주도면밀한 연습'이라는 개념을 많은 일화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 고전에도 나태함을 경계하고 주변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연마해가는 절차탁마의 자세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진리는 하나로 통하는가 봅니다. 10년이라면 길게 느껴지지만, 20세에 시작하면 30대에는 정상급 전문가가 될 수 있을테니 해볼만한 일이 아닐까요? 주도면밀한 노력의 단순한 개념에 비해 그 적용은 쉽지 않으니, 다음 논문과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