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처음에 유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게는 여러모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학부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전자 전공에서 컴퓨터 전공으로, 마지막으로 가족과의 삶에서 자취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버겁게 느껴졌었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낯설더라도 더 진취적인 길을 택한 것이 더 많은 배움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번 인턴십을 시작하면서도 꽤 많은것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학교에서 회사로, 교수님과 일하던 생활에서 상사(여기서는 mentor라고 부릅니다)와의 업무로, 데스크톱 및 개인 정보의 검색에서 웹 검색이라는 주제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한달을 보냈지만,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이 지난 3년간의 그것에 필적한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서는 그 중 몇가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틀'이 주는 편안함

처음에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중 하나는 '자유로움' 이었습니다. 병역특례로 회사경험을 하면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내 일' 보다는 '회사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갑갑했었나 봅니다. 미국 대학원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는 비로소 관심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교수님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을 하는 시간과 장소, 방식에 있어서도 거의 무한의 자유를 부여받았습니다. 어찌보면 예전에 꿈꾸던 삶에 다가간 것입니다.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런 자유에 길들여진 자신이 다시 회사 생활이라는 틀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및 프로젝트의 결정 및 진행이 개인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여기서의 생활은 그다지 답답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던 예전에 비해, 조직에서 부여하는 어느 정도의 틀에 따라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이곳 생활이 훨씬 편안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한순간도 연구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여기서는 많은 일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업무시간에는 열심히 하다가도 퇴근 후에는 회사 일이 머리를 자연스럽게 떠나기 때문입니다.


학계와 업계에서의 연구

검색이라는 분야에 뛰어든 것도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학문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해 왔고, 제 주변에도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달라진 점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검색 연구자 및 개발자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분야의 특성상 학계와 업계의 연구가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둘의 초점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선 학문으로서의 검색은 고정된 질의어(query) 셋에 대하여 베이스라인 시스템 대비 몇 퍼센트의 성능향상을 가져오는 알고리즘 및 피쳐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왜 이들이 잘 동작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연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굉장히 크고 복잡하며 이미 엄청난 노력이 집약된 상업용 검색 엔진을 대상으로 하기에, 학계에서처럼 단순한 지표 몇개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한 사용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제한된 학계에 비해, 실 사용자의 모든 활동이 기록되는 이곳의 환경에서는 실 사용자의 반응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용이합니다. 

요약하면 학교에서의 연구는 Why에, 여기서의 연구는 How에 초점을 맞추며, 이런 차이가 업계에서의 연구를 과학(science)보다는 공학(engineering)에 가깝게 합니다. 수많은 피쳐와 검색 모델이 개발 및 사용되지만 왜 그것이 동작하는지는 두번째 문제입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할 여유는 별로 없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실제 사용자와 유리된 연구 환경에 답답함을 느꼈었지만, 이런 공학적 접근을 보면서 학문으로서의 검색 연구가 갖는 가치를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아직 한달이 갓 넘은 회사 생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진학을 계획중이라면 맛보기 및 네트워킹을 위하여, 학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여름 인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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