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개인적인 사정으로 업데이트가 늦어졌습니다만, 지난주 목요일의 CS 유학 모임을 여러분의 참여로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난번 데이터 사이언스 모임에서처럼, 저의 발표보다는 여러분들의 경험과 지식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CSUhak.info주최 모임으로, 저도 CS 전공이기는 하지만, 본 발표의 내용은 많은부분 다른 전공에서 적용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반면에 CS중에서도 AI 및 검색 분야에 치우친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번 모임을 처음에 기획하고 저를 초청해주셨으며, 패널리스트로 참석해주신 이병호님과 (CSUhak.info 운영자이십니다.) 제 학교 선배님으로 경희대 전자공학과 조교수로 올해 임용되신 박욱님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이병호님께서는 석사 유학에 대한 경험담을 공유해 주셨고, 그리고 박욱님께서는 국내에서 학위를 마치신 만큼, 자칫 유학 중심으로 치우치기 쉬운 논의의 중심을 잡아주셨습니다.


제 발표는 크게 4가지로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우선, '유학이라는 선택'에서는 대학원 유학이라는 결심에 이르기까지의 선택 기준 및 기회비용, 그리고 구체적인 유학의 유형을 (석사 vs. 박사) 짚어봅니다. '줄서지 않는 유학준비'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원칙 위주로 설명합니다. '미국유학 초기에 살아남기'는 미국사회 및 대학원 학업에 성공적으로 적응 / 정착하는 방법을 다릅니다. 마지막, '학생에서 전문가로'는 유학 이후의 진로탐색을 학교 및 기업체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첫 부분에 밝혔지만, 본 발표는 저의 상황과 주관적인 경험에 기초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저의 목표는 유학이라는 무수히 다양한 선택에 일반론을 세운다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저의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상식처럼 알려진 여러가지 믿음에 대해 다른 견해를 제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 발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시고, 유학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주관을 세우실 수 있도록 돕고싶은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더 자세한 부분은 이전 포스팅에 올린 유학관련 자료모음을 참조하시고, 특히 많은 부분이 (특히 유학준비 관련) 제 블로그에서 다루어진 내용이기에, 관련글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행사의 결과물을 다 많은 분들과 공유하는 차원에서, 발표자료 및 동영상을 여기에 공유합니다. 모임에 참여하셨던 분, 혹은 이 자료를 보시는 분들 모두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고요, 주변에 유학생 및 준비하시는 분들께 공유 부탁드립니다.


발표자료

발표자료는 아래 PPT를 받으시거나, Slideshare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발표동영상

아래 주소에서 발표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3개의 Part로 나뉘어 전체 약 3시간 정도 됩니다. 


유학이라는 선택 / 참가자 소개


줄서지 않는 유학 준비 / 유학 초기에 살아남기



학생에서 전문가로 / 질의응답




며칠 전, 1년 반만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유학 초기에 서슬퍼런 각오를 다지던 기억이 엇그제같은데,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짓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스스로의 모습이 아직 낯설었습니다. 유학 초기에 대학원과 미국 생활에 동시에 적응해 나가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는데, 이제는 미국에서 연구자로서의 삶이 공기를 들여마시는 것처럼 편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해수면에서 8000미터의 Death Zone으로 갑자기 올라간 느낌이었는데, 5년간 Sherpa의 심장을 얻었나 봅니다.


Journey is the reward라는 잡스의 말을 신봉하는 편이지만, 최근 문득 유학생활 동안 얻은 것과 잃은 것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경력상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었을지 몰라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나 주변사람에게나 많은 것을 '강요'해오지 않았나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 낯선 곳에서 시작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그동안 저를 있게해준 대부분의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결과에 관계없이, 만약 그 과정에서 상처가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치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여행을 통해 20년간 나를 지배해온 관습을 버리려고 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적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표.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 월급에 대한 안심. 인생에 대한 유한 책임.

20년만에 주어진 한달 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구본형, '떠남과 만남' 초판 서문

그래서 계획한 한국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에 영감을 준 것은 예전에 읽었던 구본형씨의 '떠남과 만남'이라는 책, 특히 글머리에 인용한 서문이었습니다. 20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발길 닿는대로 남도를 유랑한 그의 여정이 저의 나침반이 되었습니다. 5년간의 대학원 생활, 그리고 앞으로 몇년이 될지도 모르는 미국 생활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한달의 시간을 통째로 버리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아니기에, 스스로에 대한 몇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강요없는 자기통제

그동안 저의 행복도에 대한 Self-tracking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발견한 패턴이 한가지 있습니다. 외적인 강제가 있는 상황이나 (평일 오전, 시험, 면접, 교수님과의 미팅) 환경에서의 (학회장, 연구실)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입니다. 외적 제약이 스스로의 통제력을 높이고, 이런 모습이 자존감과 만족도를 높인 반면에, 외적 제약이 사라진 상태에서 자기통제가 느슨해지면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꾸준히 공부하기 위해 잡지 기고를 요청했다는 안철수씨의 말처럼 외적 제약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끄집어낼 수 없다면 슬픈 일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한달간은 스스로 되도록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으면서 자기통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외적인 제약을 매개로 의지를 끌어내기보다는 내면의 에너지를 활활 타오르게 하여 자신을 움직이겠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완전한 자유를 허용하되, 그 결과에 만족할 수 있는 순간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긴 휴가를 보내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자유시간을 만족스럽게 보내는 것은 긴장과 이완의 완급조절을 필요로 하기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살아가기 위해 어떤 구속도 필요치 아니하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자기 냄새 (스타일)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눈에 풍겨나오는 여유와 자신만의 아우라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삶의 태도의 완성은 순간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유학생 처지에서는 사치이기도 합니다. 유학 초기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한 생활을 뜻했지만 학생이라는 신분과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이루지 못했던 목표입니다. 


줄서지 않는 삶이라는 삶의 원칙을 일찌기 세웠기에, 굵직굵직한 선택에서나 소소한 일상에서나 '자기 냄새'를 피우기 위해 좀더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이는 눈앞의 작은 이득이나 다수에 묻어가는 선택의 안정감을 포기하는 노력을 수반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한 이득과 안정감은 그 이상의 성취감과 '매순간 깨어있는 느낌'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또한 안철수씨나 잡스의 말대로 삶의 목적이 Make a dent in the universe하는 것이라면, 이는 분명 선택할 부분은 아닙니다.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

스스로의 공부를 위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뒤로해야 하기에, 유학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선택입니다. 젊은 날, 자기 자신에게서 최대치를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지만, 그런 노력이 주변 사람들의 허무감까지 보상해주지는 못합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루더라도, 그 결과가 자신에게만 머문다면 그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요. 그리고 그런 성취가 얼마나 지속가능한 것일까요.


논의를 확장하면, 저는 사람이 가진 것은 모두 누군가에게서 받은 것이라는 말이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돈 1원이 나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큰 가치를 가져다준다면 이를 베풀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마음에 여유가 없을때 이런 믿음을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달 생계유지비를 받는 학생에서 직장인이 된 이 시점이 '여유와 베품'라는 화두를 다시 마음에 새길때가 아닌가 합니다. 


평생 기억될 한달을 위해

서두에서 유학생활을 고산 등반에 비유했지만, 어떤 의미에서 작은 산봉우리에 올라서 구름겉힌 주변 풍광들 둘러보는 느낌입니다. 조만간 하산하여 또다른 봉우리로 향할 자신을 알기에, 지금 잠깐의 휴식이 더욱 달콤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세가지가 측정이 용이한 목표는 아니지만, 한달 뒤 스스로를 돌이켜 보았을 때, 내 안에 무언가가 변했다는 느낌이 찾아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다른 졸업학년도의 대학원생들처럼 저도 올해 많은 시간을 Job Search에 투자했습니다. 처음에 Academic / Researcher Job을 찾는 것으로 시작하여, 나중에는 Industry / Engineering Job으로 구직의 폭을 넓혔습니다. 지난 2주간 A9 (아마존의 검색회사), Amazon, Microsoft, Google과 Facebook면접을 다녀오는 것으로 on-site인터뷰를 모두 마무리했습니다.


아직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곳도 있지만, 만족스러운 오퍼를 이미 받았고,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들기에, 지난 시간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몇 번의 포스팅을 통해 지난 6개월간의 여정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최근에 기술회사 면접을 다녀왔기에, 글의 초점이 그쪽에 맞춰질 것 같습니다. 오늘은 우선 '구직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Be a Learner, not a Shopper


지난 포스팅에서도 밝혔지만, 처음부터 Job Search를 직업 시장에 나가는 Shopper (혹은 Shoppee)보다는 대학원 시절 배움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학습자(Learner)의 자세로 임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학습자의 자세는 매 순간 최종적인 '결과'보다는 과정에서의 '배움'을 소중히 하는 것입니다. 평생의 (적어도 몇년간의) 진로가 결정되는 구직 전선에서 '배움'을 운운하는 것은 굉장히 Naive한 태도로 보입니다. 구직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결과'가 명확하게 엇갈리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보았을때, 이런 학습자의 태도는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요인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특히 박사 졸업생의) 구직은 대부분 장기전입니다. 저의 경우 작년 말 미국 내 교수직 지원을 시작으로, 올해 초 기업체 연구 개발직으로 지원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 과정에서 좌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실패를 거울삼아 계속 뭔가를 배우고 개선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당장의 인터뷰 결과에 연연하기보다는, 학교 / 연구소 인터뷰 준비는 관련 분야의 논문을 읽는 기회로, 그리고 회사 인터뷰는 알고리즘 / 코딩 스킬을 연마하는 기회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과정에서의 배움'을 중시했기에 처음에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곳을 시작으로 꾸준히 더 어려운 곳을 공략했습니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적당한 난이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차근차근 Bar를 높였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과정에서 계속 배워나갈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특히 Problem Solving이 주가 되는 기술 면접에서는 처음 몇개의 회사에서 쌓은 경험이 나중 인터뷰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학습자의 태도'는 기술 면접 현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나중에 좀더 자세히 쓰겠지만, IT 회사의 기술 면접은 알고리즘 / 시스템 디자인 등의 문제를 가지고 구직자의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는 과정입니다. 이때 평가의 중심이 지식보다는 사고력, 결과보다는 해답에 이르는 과정이기에 지나치게 긴장을 하거나 사소한 실수에 좌절하는 것은 치명타가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도 위에서 언급한대로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며 각각의 인터뷰를 '배움의 기회'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인터뷰 준비, 스케줄링, 그리고 현장에서까지 '학습자의 태도'를 가졌기에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즐길 수 있었고, 또한 후회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처음부터 결과에 집착했다면 체계적인 인터뷰 스케줄을 짜는 것도, 또한 현장에서 마음편히 인터뷰에 임하는 것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e Proactive, not Passive


어떤 의미에서, 구직 과정은 지원자와 조직간의 긴 '헙상'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지원자가 조직에 지원하는 것으로 프로세스가 시작되기에, 이 과정에서 지원자는 조직이 부과하는 여러가지 Rule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인터뷰 과정에서 중요했다고 생각되는 또 하나의 태도는 이처럼 주어진 Rule을 따르기 보다는 최대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어가려고 노력했던 점입니다. 구체적인 설명은 저의 인터뷰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


Google의 첫번째 전화인터뷰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다른 많은 회사들처럼 Google은 온라인 문서 공유 시스템을 사용하여 코딩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사용할 언어를 정하는데, 인터뷰어가 대뜸 C를 사용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C프로그래머로 일한 경력이 있지만, 대학원에서는 주로 Ruby / Python / R등의 스크립팅 언어를 사용해 왔고, 시간안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인터뷰의 특성상 손에 익지도 않은 C코드를 짜는 것이 불리한 조건이라는 것은 자명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냥 인터뷰가 시킨대로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저는 인터뷰시 사용할 언어가 대부분의 경우 flexible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Python으로 하겠다고 버텨서 인터뷰어를 다시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두번째 인터뷰어와의 전화 면접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언터뷰어와의 소통은 주어진 인터뷰 시간의 범위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많은 경우 리쿠르터는 인터뷰 이전 / 이후에 인터뷰어의 이름 혹은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으며, 또한 어떤 회사는 이를 정책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터뷰어에게 직접 물어보면 연락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인터뷰 내용에서 보충할 내용이 있는 경우 가능한 시속하게 Follow-up메일을 보냈습니다. 전화 면접시 시간내에 코딩을 끝내지 못한 경우가 있었지만, 인터뷰 직후 5분안에 이를 끝내서 바로 메일을 보냈고, 즉시 인터뷰어의 고맙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만약 위 상황에서 제가 저에게 부과된 '규칙'에 순응했다면 아마 다음 단계에 가보지도 못하고 탈락했을 겁니다. 이밖에도 저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 채용 담당 매니저와 추가 면담 시간을 요청하여 조금 더 필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또한 점심 인터뷰 장소가 어수선한 경우 좀더 조용한 곳으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요약하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되, 회사에서 정해주는 여러가지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pilogue


이번 글에서는 미국 IT회사 기술 면접을 중심으로, 구직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전화에서 방문 인터뷰까지 두달 가량을 보내었지만, 대표적인 IT회사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듣고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해왔던 코딩 / 알고리즘 관련 스킬을 면마할 수 있었던 점은 보너스라고나 할까요. 


예전에 유학 준비기에도 썼지만, 유학이든 구직이든 당장의 보상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스스로 왜 그 포지션을 원하고,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 후에야, 면접관에게 이점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겁니다. 주어진 기술적 문제를 잘 푸는것도 중요하지만, 학교든 기업이든 자신의 조직 및 관련분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을 뽑기를 원하니까요.


p.s. 다음번에는 면접에 관한 좀더 구체적인 Tip 및 준비방법을 올릴 생각입니다. 그전에라도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최근 몇주간 첫 Job Talk 및 on-site인터뷰가 있었습니다. 바쁜 일정이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뭔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계속되는 인터뷰도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Beginner's Mind'를 갖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터뷰를 다니며 배운 점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Job Talk
교수 및 리서치 랩의 포지션에 지원하면 지금까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발표하는 Job Talk을 하게됩니다. 해당 기관의 모든 관계자가 다 참석하여 지원자의 연구성과 및 전달력 등을 평가하고, 날카로운 질문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입니다. 컨퍼런스 발표의 2배 정도의 (한시간 가량) 길이에 청중들의 배경도 훨씬 다양하기에 준비하기기 만만치 않습니다.

저의  Job Talk은 IBM의 HCI / Social Computing Group에서 있었는데, 검색 분야의 연구를 어떻게 HCI 및 RecSys 분야의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의 박사 논문 주제 및 인턴 프로젝트를 나열하여 슬라이드를 만들었지만, Practice Talk을 거치며 구성이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수정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전체 연구주제를 Rich User Modeling및 Rich User Interaction이라는 두가지 줄기로 정리하여 엮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예상보다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었습니다. 발표에 사용된 슬라이드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며칠안에 제가 녹화한 비디오도 올릴 생각입니다.

On-site Interview
지난주에는 제품 검색을 주로 하는 회사의 On-site면접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최근 논문이 구조화된 문서의 검색을 다루고 있고, 또한 제품검색과 같이 메타데이터가 풍부한 경우 필터링 / 추천 및 다양한 인터렉션 방법이 사용될 수 있기에, 제게는 웹검색 만큼이나 흥미있는 문제입니다. 

면접 준비는 1) 리서치 관련 질문 2) 프로그래밍/개발 관련 질문의 두가지로 나뉘는데, 우선 첫번째 유형의 질문을 위해 제품 검색과 관련이 깊은 여러가지 논문 및 관련자료를 읽으며 배경지식을 갖추고, 회사 서비스를 사용해보며 문제 및 개선점을 도출해 보았습니다. 이런 준비를 하다보니 회사에 대해서도 좀더 잘 이해하게 되고,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좀더 감이 생겼습니다.

프로그래밍 인터뷰는 일단 유명한 책을 몇권 읽고, 실제 인터뷰 문제가 업데이트되는 웹사이트의 연습문제를 계속 풀어보았습니다. 사실 연구주제와 동떨어진 시스템 및 효율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많이 공부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인데, 이번 언터뷰 준비가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잘 기억나지도 않는 알고리즘 이름을 떠올려가며 문제를 푸는 것이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점점 재미있어졌습니다. 

어느정도 준비를 한 덕인지 막상 회사에 가서는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연구자가 아닌 현업 종사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검색팀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니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체력이었는데, 하루 7시간동안 7번의 인터뷰를 하다보니 나중에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치며
구직을 위한 인터뷰라, 듣기만 해도 긴장이 느껴지는 말입니다. 실제로 해보니 물론 만만치는 않지만,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분야를 공부하는 준비과정도 보람이 있었고, 필요한 준비를 마친 이후에 막상 현장에서는 즐겁게 인터뷰에 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준비 관련 자료
Presentation Zen : 읽다보면 철학책인가 햇갈릴 때도 있지만, (특히 스티브 잡스 스타일의 간결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위해서는 최고의 책인 것 같습니다. 동명의 블로그도 있습니다.
The Algorithm Design Manual
 : 알고리즘 관련 지식을 리프레시하기 위해 보았는데, CLRS만 보셨던 분들께는 청량제외 같은 책입니다. The Joy of Algorithm이라는 별칭이 있더군요. 
 http://www.careercup.com/ : 구글 / MS 등의 회사에서 실제 면접때 사용된 문제가 계속 올라옵니다. 여기서 나온 책도 많이 읽히는 교재입니다. 
 


포스팅 말미에, 최근에 올리지 못했던 주간 반성 및 계획을 씁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은 예전 포스팅을 참조하세요 ;)

반성 및 계획
지난 3주를 돌이켜보면, 대체로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역시 큰 일을 치른 후에 긴장이 풀어지면서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긴장이 될수록 더 강한 자제력을 발휘하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사람인 이상 이를 계속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긴장이 풀릴만할 때 아예 쉬던지, 아니면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두가지 다 못했던 경우가 2주 연속 나왔습니다.  지난번에 트레킹 자체만으로 2월의 성과가 좋았음을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결과적으로 다시 평균이 떨어졌습니다.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타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읽고 배운 것들
최근에 SNS를 통해 내가 대학원에 들어왔을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연구 노하우라는 발표자료를 접하신 분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읽으며 공감하는 구절이 많았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첫 논문을 최대한 빨리 써라. (200% 공감!) / 일 순서를 바꾸어 효과적인 멀티태스킹을 해라 / 평소에 (출퇴근 / 일요일 밤) 생각을 많이해두면 자리에 앉아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 협업으로 후배 & 주변사람들을 챙기고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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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 인사

유학생활 : 2012. 1. 3. 11:41   By LiFiDeA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들어오던 2012라는 숫자를 달력에서 보는것이 아직 낯선 새해 첫날입니다. 두번째 인턴과 함께 대학원 생활을 사실상 마무리한 저의 2011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 한해도 정신없이 논문을 쓰고, 컨퍼런스를 다니면서 바쁘게 보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초에 쓴 포스팅의 다음 구절이 가슴을 찌릅니다.
{대학원에서 4년차 하고도 한학기를 더 보낸 지금, 연구자로서의 역량이 꼭 논문 발표 횟수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갑니다. 비슷한 주제에 대해 논문을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자신만의 틀이 생기고, 논문을 쓰는 일이 처음만큼의 노력을 요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일을 하면서도 발전이 없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논문쓰는 공장'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목표는 기존의 틀을 꺨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이미 주어진 Task에서의 성능을 몇 %올리는 연구보다는, Task 자체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줄 수 있는 연구 말입니다. 물론 이런 시각을 얻는 것, 그리고 이를 논문에 표현해 내는 것은 '깊이'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꾸준한 학습과 경험만이 그러한 깊이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 얼마나 논문 만큼이나 '자기 성장'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얼마나 '틀을 깨는' 연구를 하려고 노력했는지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실천을 위한 노력을 부족하지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블로깅 역시 하반기에 뜸했습니다만, 한해를 돌이켜보니 다음 포스팅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중 특히 '나가수'와 Self-Tracking 관련 포스팅이 독자님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검색 연구에 관해서는 영문 블로그에 더 많은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유학생활 관련 : 
2011/12/05 - 미국 대학 교수직 지원을 시작하며
2011/09/13 - 졸업 즈음에 -- 유학 생활에서 배운 것, 배우고 싶은 것
2011/05/01 - ECIR 학회 참석 & 아일랜드 풍경

검색 연구 관련 : 
2011/03/03 - SEO, 구글의 반격, 그리고 검색엔진이 만들어가는 인터넷 정보 생태계
2011/02/10 - 구글의 실험 인프라스트럭쳐 - 지속적인 혁신의 비밀
2011/01/11 - Gmail Priority Inbox 알고리즘에서 배우는 실전 기계학습

자기개발 관련 : 
2011/12/25 - 과학적 자기 개발과 영적 수련
2011/04/09 - 자기개발서는 이제 그만, 데이터에 기반한 자기개발: Self-Tracking
2011/03/08 - 월드 클래스의 비밀: 단순 반복이 아닌 주도면밀한 연습(deliberate practice)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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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새로운 결심을 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시려는 노력을 이어가려 합니다. 거창한 이상과 구호보다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 순간 순간을 성실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졸업 및 취업 준비 등으로 바쁜 한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런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몇년 새 블로고스피어가 침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스스로의 배움을 위해 시작한 블로깅인만큼 새해에도 꾸준히 포스팅에 임하려고 합니다. 댓글을 통한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라이브리 소셜 플러그인을 설치했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변장한 행운

유학생활 : 2011. 12. 15. 14:39   By LiFiDeA
대형 트럭에 차 뒤를 받혀 차가 반파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다행히 몸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차 뒷부분이 부서진 것을 보니 아찔했습니다.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사고 처리를 대강 마치고 보스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사고라면 상대방과 자신의 부주의를 탓하고, 금전적 손해를 생각했겠지만, 이정도 규모의 사고를 만나니 누구를 탓하기보다는 그냥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살짝 스쳐가고 나니 삶에서 무엇이 진정 중요한 것인지가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 와서 정착을 하고 이제 조금 익숙해진 상태에서, 어느새 처음의 긴장감이 느슨함과 나태함으로 대채된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 너무나 많은 도움과 혜택을 받았음에도 배푸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았나 합니다. 졸업 시기가 가까워진 학업에도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이 스며들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손실은 많지만, 그 자리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더 중요한 것들로 채우려고 합니다. 운전과 미식 대신 운동과 건강한 식사, 네트워킹이 아닌 진짜 관계, 그리고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어느 때보다 낮은 자세로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마지막 학기를 보내려고 합니다. 어쩌면, 오늘 일은 변장한 행운(blessing in disguise)일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이 미국에 온지 4년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올해 초에 졸업 논문 최종심사의 전 단계인 논문 Proposal을 마쳤으니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슬슬 생각해볼 시점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대학원에서 배운 것들, 아직 배워야 할 것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최근에 제 글이 주로 그렇듯, 제 생각을 정리하기는 목적으로 쓰는 것이지만, 유학을 생각하시는 독자 분들께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What I Got

지난 4년간의 대학원 생활을 통해 저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혼자 만들어 사용하던 개인정보관리 시스템 개발 경험과 '하고싶은 일을 하겠다'는 결심 이외에는 전무하던 4년전과 비해, 지금은 미숙하나마 자신을 '연구자'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지식이나 기술이야 다른 경로로 배울 수도 있었겠지만, 연구자로서의 마음가짐을 체득하는 것은 대학원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학원 입학 전에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떻게 시스템을 구현해서 써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면, 지금은 주어진 문제를 작은 단위로 쪼개고 각 부분에 맞는 어프로치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직관적에 따라 해결책을 찾았다면, 이제 관련 분야의 연구를 찾아보고 힌트를 얻으려고노력합니다. 시스템을 만들고 사용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학교 생활, 학회 참석 및 두 번의 인턴 생활을 통해 배운 것도 많습니다.  검색과 관련된 기계학습 및 자연어처리, 통계학의 기초를 수업 및 여러 튜토리얼을 통해 다질 수 있었고, 학회에서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학계'라는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는 보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교에서의 생활과 기업 연구소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다른지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 생활만 했다면 얻지 못했을 이런 경험들이 졸업을 앞둔 이 시점에 진로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What I Need

대학원에서의 4년은 연구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할 수는 있어도 충분한 깊이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시간고, 이를 달성하는 것이 졸업 전까지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우선, 이론적 기초, 문제 해결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 연구자로서의 기본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연구를 게속 하는 것이겠지만, 지난번에 썼듯이 비슷한 노력으로 틀에 박힌 연구를 하는 것으로는 자기 자신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매번 평가의 기준(Bar)을 높이고 기존의 유형을 답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연구자로서의 스킬 향상 만큼이나 졸업 전에 해두고 싶은 부분은, 공부한 내용을 통합하여 체계적인 사고의 틀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논문과 책을 읽었지만, 읽은 내용이 모두 기억에 남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계기로 접한 지식이 일관된 체계를 이루는지도 의문입니다. '박사 학위 소지자라면 자기 분야에서 책 한권은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굳이 출판물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배운 내용을 일관된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은 유의미할 것입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사항은 연구직의 지원 및 심사과정에서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교수직 인터뷰에 필수적인 과정인 Job Talk은 연구자로서의 경험과 자질에 대한 종합 평가에 다름아니고, 많은 회사에서의 인터뷰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접근법과 해결책을 묻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데 '이러이러한 상황에서 검색 알고리즘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평가해야 하는가.'와 같은 인터뷰 질문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준비는 위에서 언급한 사고의 틀의 확립일 것입니다. 

What I Wish

흔히 졸업을 앞둔 컴퓨터 전공의 대학원생들은 학교 혹은 기업 연구소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학문적 자유와 정년이 보장되는 대신, 연구 프로젝트 수주 및 수업 등으로 순수 연구에 할애할 시간은 줄어든다고들 합니다. 기업에서는 연구에 집중할 수 있고 사용자 데이터를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지적 재산권 등의 문제로 인해 학계에서의 활동에는 아무래도 제약을 받게 마련입니다. 

 이처럼 다른 특성 때문에 학계와 업계 중 하나를 골라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박사 졸업자가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연구직 채용 규모는 많아야 수 명으로 제한적이기에 둘 다 준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 혹은 기업에 맞춰 준비해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서류 / 추천서 / Job Talk / 면접 등으로 이루어지는 심사 과정이 워낙 복합적이기에, 요령 습득보다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연구자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추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Epilogue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 스스로를 적응시키려 노력하던 때가 엇그제 같은데, 어느덧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생의 직업이 결정되는 단계인만큼 긴장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재에도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별로 걱정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열심히 읽고, 쓰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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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IR 학회 참석 & 아일랜드 풍경

유학생활 : 2011. 5. 1. 13:25   By LiFiDeA
지난주에 아일랜드 더블린(Dublin)에서 열린 ECIR (European Conference for Information Retrieval)학회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했지만,  ECIR은 정보검색 연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유럽에서 매년 열리는 메이저 컨퍼런스입니다. 

ECIR 컨퍼런스의 개최를 알리는 발표

4월의 아일랜드의 풍광 역시 눈부셨습니다. 더블린은 흐리고 궂은 날씨로 유명한 곳이지만, 다행히도 지난주에는 비가 오다가도 하루에 한번은 햇빛이 비치는 좋은 날씨었습니다. 더블린 하면 기네스 맥주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텐데, 더블린은 밤이 되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펍(pub)과 같은 흥겨운 분위기입니다. 모든 것이 거대하지만 다소 삭막한 미국 거리에 익숙해져 있다가 아기자기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유럽에 가면 항상 정겨운 느낌입니다. 

아일랜드의 중심가 Temple Bar지역의 대표 Pub

매번 학회에 참석할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이번에도 4일간 정신없이 배우고 느끼고, 사람들과 만나면서 머리가 리셋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음에서 타성과 묵은 찌꺼기는 날아가고, 그 자리를 다시 호기심과 새로운 각오가 채우는 그런 transformative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학회에 참석했을 때 여러가지로 난감했던 일을 떠올리며 EduHow에 학회 참석에 대한 몇가지 생각을 적었습니다. 관심있는 분께서는 학회 준비에 관한 지난 포스팅과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MS Bing에서의 인턴을 마치고

유학생활 : 2010. 9. 12. 07:34   By LiFiDeA
최근에 3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쳤습니다. Bing서치와 MSR Clues그룹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짐을 챙기다보니 제 사무실이 있는 Bellevue에 처음 왔을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낯선 환경과 일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이곳에서의 생활에 정착한 느낌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턴 기간동안 느낀점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박사 졸업 후 진로 : 회사냐 학교냐

인턴십은 많은 부분 일 자체보다는 일을 통한 배움에 의의가 있을 것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향후의 진로에 대한 더 나은 의사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는 데 있을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제게 가장 중요한 결정은 향후에 산업걔(industry) 혹은 학계(academia)에 진출하느냐였습니다.  물론 인턴십 한번으로 회사 생활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Bing과 MSR에서의 경험은 많은 것을 명확하게 해 주었습니다. 저의 깨달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는 제한된 환경에서의 보호를, 학교는 자유로운 환경에서의 책임을 제공한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마음껏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일 매일이 흥분의 나날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큰 조직이 주는 안정감과 지원, 그리고 보상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초기의 환상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회사라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연구자들이 받는 제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구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모든 과정에서 회사의 정책과 우선순위를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과 철학을 공유하는 조직에서 일을 한다면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학자로서의 독립성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학계에서의 생활은 많은 부분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신임 교수나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펀딩(grant)을 따 내고, 이를 같이 수행할 협력자들과 학생을 구해야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 과정을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신입 조교수들이 대부분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아울러 학계에서의 실적은 퍼블리케이션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학계에서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는 비교적 용이하지만 그 반대는 좀더 힘들어 보인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까지 고려한다면, 만약 연구자로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찾을 수 있다면 그곳을 선택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학교에 자리를 잡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학자로서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절충안으로는 Microsoft Research등의 산업체 연구소에 자리를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인턴을 위한 조언

다음으로, 인턴 생활을 더 잘 하기 위해 염두에 둘 사항입니다. 우선은 맨토(상사)를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맨토의 개인적인 능력과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어야 인턴으로 있는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머신, 데이터 등)을 구해주고, 잡무 등에서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턴 기간동안 수행할 프로젝트의 선택입니다. (프로젝트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3개월 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적당한 크기와 난이도의 일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며, 더 중요한 점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느냐입니다. 저의 멘토는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Don't choose a project unless you have the data ready at the 1st day of your internship
실제로 주변에서 선택한 프로젝트의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아 한달 가량을 허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문제 정의 및 데이터 분석, 해결책 도출 및 정리 발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착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는 피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고려사항은 맨토 및 자신의 팀이 얼마나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느냐입니다.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에 부합할 경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턴 기간에 결과를 내기가 용이해집니다. 또한 인턴 기간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실시간 검색(real-time search)라는 토픽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이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위 사항을 고려하여 다른 프로젝트를 선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맨토 및 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나 합니다. 인턴 생활을 통해 졸업이 앞당겨진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분야의 연구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글을 마치며

3개월이라는 기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도 바쁜 시간입니다. 하지만, 학교 생활과는 전혀 다른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늦어도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는 3~4년차에 꼭 지원해볼 것을 권합니다. 

3년전 처음에 유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게는 여러모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학부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전자 전공에서 컴퓨터 전공으로, 마지막으로 가족과의 삶에서 자취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버겁게 느껴졌었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낯설더라도 더 진취적인 길을 택한 것이 더 많은 배움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번 인턴십을 시작하면서도 꽤 많은것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학교에서 회사로, 교수님과 일하던 생활에서 상사(여기서는 mentor라고 부릅니다)와의 업무로, 데스크톱 및 개인 정보의 검색에서 웹 검색이라는 주제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한달을 보냈지만,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이 지난 3년간의 그것에 필적한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서는 그 중 몇가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틀'이 주는 편안함

처음에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중 하나는 '자유로움' 이었습니다. 병역특례로 회사경험을 하면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내 일' 보다는 '회사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갑갑했었나 봅니다. 미국 대학원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는 비로소 관심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교수님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을 하는 시간과 장소, 방식에 있어서도 거의 무한의 자유를 부여받았습니다. 어찌보면 예전에 꿈꾸던 삶에 다가간 것입니다.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런 자유에 길들여진 자신이 다시 회사 생활이라는 틀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및 프로젝트의 결정 및 진행이 개인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여기서의 생활은 그다지 답답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던 예전에 비해, 조직에서 부여하는 어느 정도의 틀에 따라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이곳 생활이 훨씬 편안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한순간도 연구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여기서는 많은 일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업무시간에는 열심히 하다가도 퇴근 후에는 회사 일이 머리를 자연스럽게 떠나기 때문입니다.


학계와 업계에서의 연구

검색이라는 분야에 뛰어든 것도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학문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해 왔고, 제 주변에도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달라진 점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검색 연구자 및 개발자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분야의 특성상 학계와 업계의 연구가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둘의 초점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선 학문으로서의 검색은 고정된 질의어(query) 셋에 대하여 베이스라인 시스템 대비 몇 퍼센트의 성능향상을 가져오는 알고리즘 및 피쳐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왜 이들이 잘 동작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연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굉장히 크고 복잡하며 이미 엄청난 노력이 집약된 상업용 검색 엔진을 대상으로 하기에, 학계에서처럼 단순한 지표 몇개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한 사용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제한된 학계에 비해, 실 사용자의 모든 활동이 기록되는 이곳의 환경에서는 실 사용자의 반응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용이합니다. 

요약하면 학교에서의 연구는 Why에, 여기서의 연구는 How에 초점을 맞추며, 이런 차이가 업계에서의 연구를 과학(science)보다는 공학(engineering)에 가깝게 합니다. 수많은 피쳐와 검색 모델이 개발 및 사용되지만 왜 그것이 동작하는지는 두번째 문제입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할 여유는 별로 없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실제 사용자와 유리된 연구 환경에 답답함을 느꼈었지만, 이런 공학적 접근을 보면서 학문으로서의 검색 연구가 갖는 가치를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아직 한달이 갓 넘은 회사 생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진학을 계획중이라면 맛보기 및 네트워킹을 위하여, 학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여름 인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