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뒤늦은 iPad 사용기

Review : 2010. 10. 26. 12:56   By LiFiDeA
며칠전에 종이의 가치를 강조하는 글을 썼지만, 조만간 참석하는  ACM CIKM 2011 컨퍼런스에서의 포스터 발표에 활용할 요량으로 iPad를 구입하였습니다. 여기 미국에서 살 사람들은 다 산 물건이긴 하지만, 뒤늦게나마 대학원생의 관점에서 간단한 리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컨텐츠 소비에서 생산까지

iPad가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디바이스라는 점은 익히 들었지만,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베터리 등에 신경쓰지 않고 몇시간이고 앉아 뭔가를 읽거나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존 노트북 사용과 차별화되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두세시간을 뭔가 읽으면서 보내는 저같은 사람에게 이는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물론 아직은 종이를 읽는것과는 다르지만, 출력의 번거로움과 출력된 결과물의 관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iPad와 같은 디바이스의 존재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 경험의 완성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PDF 읽기를 살펴봅시다. 처음에 애플 스토어에서 테스트해본 웹브라우저 상의 PDF리더는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프로그램에서 부족한 부분은 Third-party 엡들이 모두 채워주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GoodReader라는 프로그램은 iPad에 최적화된 스크롤링 및 글자가 있는 부분만 남기고 화면을 Crop해주는 기능, 문서에 주석을 달아 저장하고 메일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사실상 논문을 읽는데 전혀 문제없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PC 및 앱간의 파일 교환 역시, 어디서나 같은 스토리지를 공유하게 해주는 DropBox가 많은 앱에 거의 표준으로 사용되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글 작성 및 컨텐츠 생산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합니다. 열손가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크린을 이용한 타이핑도 그렇고,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터치 인풋 역시 오히려 하나의 커서를 사용하는 마우스 입력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distraction을 없애고 글쓰기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IA Writer 및, 터치 인풋을 최대한 활용하는 iPad용 드로잉 프로그램인 OmniGraffle을 사용해본 결과 맥북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편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제 3의 디바이스라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많이 수긍이 갑니다. 또한, 잡스가 최근에 7인치 타블렛에 대해 혹평한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의 말처럼 9인치의 iPad는 제대로 된 읽기 및 쓰기를 위해 최소한의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제품으로, 존재하지도 않던 시장을 창출해낸 애플의 기획 및 기술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쉬운 점? 

물론 첫 모델이니만큼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직 손으로 들고 작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런 무게에, 프린팅에 최적화된 PDF등으로 작은 글자를 읽을 때 화면 해상도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한글 입력과 멀티태스킹은 11월에 나올 iOS 4.2에서 구현된다고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한,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유연성(freedom of expression) 관점에서 보면 아직 Freehand 인풋과 드로잉, 그리고 키보드 입력을 우아하게 결합한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또한 펜(스타일러스) 인풋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잫이 실망했었는데, 95%의 작업은 오히려 손가락이 편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 5%의 경우를 위해 펜을 구입하고, 휴대하고, 또한 손가락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클지도 모릅니다. 어느 누구도 펜없는 타블렛을 상상하지 못할 때, 과감히 펜을 제외한 iPad를 내놓은 애플(스티브 잡스)의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펜이 꼭 필요한 경우가 간혹 있기에, 이후 모델에서는 펜 입력을 지원해주기를 바랍니다.

iPad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iPad가 여러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기기임은 분명하지만, 제 경우 아직 이런 장점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보기기가 사용자의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워크플로우(workflow)에 통합되고, 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하기 떄문입니다. 예컨데, 아직 delicious에 저장된 제 북마크를 가져오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저처럼 웹이나 블로그에서 무언가를 읽으면서 내용을 따로 정리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태스크 스위칭의 미비로 말미암아) 메모 프로그램과 브라우저를 오가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은 불편들이 때로는 다른 모든 장점을 무효화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워낙 다용도에 엡의 종류도 많다보니, 아직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득하게 책을 읽거나 할 정신적 여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불평아닌 불평이 생깁니다. 오직 독서만이 가능한 장점(?)때문에 킨들은 샀다는 친구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입한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에 앞으로는 좀더 제대로 활용해보려 합니다.

p.s. 내일부터 열리는 CIKM 2010에 참석하기 위해 토론토에 와 있습니다. 한동안 Twitter계정을 두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적극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lifidea를 팔로우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