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어떤 분야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10,000 시간(혹은 10년)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연구결과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하지만, 10년의 노력을 기울이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과연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얼마전에 읽은 'Talent is Overrated'라는 책 (번역서 :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의 저자 제프 콜빈은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주도면밀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한다는 면에서 일반인들과 구별된다고 주장합니다.

Deliberate Practice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주도면밀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입니다. 저자는 보통 연습과 주도면밀한 연습의 차이를 1) 적절한 난이도를 가진다 2) 취약한 부분에 집중된다 3) 견디기 힘들 정도까지 반복된다 4)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는다 등으로 설명합니다. 즉, 다음 글에서 묘사하듯이 자신이 약한 부분을 찾고, 이를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힘겨울 정도까지 반복하며 보완해나가는 과정이 주도면밀한 연습입니다. 
"For the superior performer the goal isn't just repeating the same thing again and again but achieving higher levels of control over every aspect of their performance. That's why they don't find practice boring. Each practice session they are working on doing something better than they did the last time."
누구나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편안한 일을 익숙한 방식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처럼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한계치까지 계속 반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자는 특히 피드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제대로 된 피드백이 없는 연습은 '무릎까지 오는 커튼을 쳐놓고 볼링을 치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장기간의 연습 끝에 찾아오기 마련인 타성도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Great performers never allow themselves to reach the automatic, arrested development stage in their chosen field. The essence of practice, which is constantly trying to do the things one cannot do comfortably, makes automatic behavior impossible.
주도면밀한 연습은 이처럼 Comfort Zone에 머무르려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며, 의지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예컨데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피드백은 전문가를 항상 곁에 둘수있는 극히 제한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기회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느 분야건 정상에 도달하는 사람들의 수가 극히 적은 것도 이해가 갑니다. 

Why Does It Work?

저자는 장기간에 걸처 주도면밀한 연습을 반복할 경우, 상황의 미묘한 차이를 분간해내는 지각 능력이 생기고,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쌓이면서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고 기억하는 능력도 향상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해당 분야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이 쌓이는 과정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Constantly trying to extend one's abilities requires amassing additional knowledge, and staying at it for years develops the critical connections that organize all that knowledge and make it useful.

즉, 끊임없이 능력을 개발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정상급 성과를 내는데 필수적인 지적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입니다. 


Deliberate Practice & Knowledge Worker


위에서 설명하는 주도면밀한 연습의 개념을 들으며 운동선수나 음악가 등의 훈련을 떠올리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얼핏 정확한 계량화가 어려워 보이는 일반 업무에도 이런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즉, 1) 자신의 핵심 업무를 그 구성요소로 나누고, 2) 각 구성요소별 평가 및 연습방법을 고안하고, 3) 취약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습하고, 4) 적절한 피드백을 받으며 이를 계속한다면, 주도적인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대학원생인 저의 주된 업무라고 할 '연구'를 예로 들어봅시다. 연구의 구성요소는 다음 몇가지 프로세스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흥미있있고 해결가능한(tractable) 문제를 찾고
  2. 관련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여
  3. 기존에 제시되지 않은 새로운 해결책을 고안하고
  4. 이를 실험을 통해 증명한 후
  5. 출판 / 발표 등의 형태로 커뮤니케이션한다
위에서 소개한 각각의 요소에 실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 중 2) '지식 습득' 이라는 측면이 스스로 취약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학문적 지식 습득의 대표적인 형태는 논문을 읽는 것인데, 논문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한 '주도면밀한 연습'을 다음과 같이 설계할 수 있습니다. 
  • 스스로에게 벅찬 양을 정해놓고 꾸준히 읽는다.
  • 논문당 시간을 정해놓고 읽는다.
  • 여러 기준으로 논문을 평가해보고,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본다.
  • 리뷰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위와같이, '논문읽기'라는 단순한 행위에도 주도면밀한 연습의 개념을 도입하면,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논문 하나도 이런 식으로 읽다보면, 힘은 들어도 시간에 따라 발전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pilog

이 책의 저자는 '주도면밀한 연습'이라는 개념을 많은 일화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 고전에도 나태함을 경계하고 주변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연마해가는 절차탁마의 자세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진리는 하나로 통하는가 봅니다. 10년이라면 길게 느껴지지만, 20세에 시작하면 30대에는 정상급 전문가가 될 수 있을테니 해볼만한 일이 아닐까요? 주도면밀한 노력의 단순한 개념에 비해 그 적용은 쉽지 않으니, 다음 논문과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References

이 블로그를 꾸준히 읽으신 분이라면 제가 시오노나나미의 팬이라는 점을 아실 겁니다. 시오노나나미는 보통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저자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남자들에게'라는 책을 읽고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수십년간 고대사에 대한 저작을 전문으로 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일품이었습니다.

그 후 그녀의 책을 몇권 더 읽었지만, 최근에야 '로마인이야기 - 율리우스 카이사르 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카이사르는 로마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가운데서도 시오노나나미가 '남자중의 남자'로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책을 읽으며, '남자들에게'를 통해 보여준 남성론의 사실상 모델이라고 할만한 카이사르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금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은 책에 등장하는 카이사르의 위대함에 대해 써 보려고 합니다.

유연한 판단력

'남자들에게'를 보면 카이사르에 대해 '수재 타입은 아니지만 판단력이 뛰어난 남자'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처럼 시오노나나미는 '머리가 좋은 사람'과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을 구별하는데, 카이사르는 후자의 대표격입니다. 다음 사례는 관습이나 상황 요인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인 판단을 내리는카이사르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쟁에서 딱 한번의 후퇴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 때 그는 칼을 잃어버렸다. 갈리아인들은 그 칼을 전리품으로  거두어 자기네 신전에 모셔두었다. 이듬해에 다시 승리한 카이사르가  그것을 보았을 때, 측근들은 치욕의 증거물이니까 치워버리자고 했다. 그러나 카이사르는 이미 신앙이 대상이 되었으니까 그대로 두라고 했다.
웬만한 지휘관같으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비록 정복당한 민족이지만 로마에 진정으로 동화되기 위해서는 고유의 문화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유연한 판단력은 전장에서 적군의 허를 찌르는 데도, 그 유명한 '루비콘의 강'을 건너는 데에도 발휘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카이사르가 그 능력을 발휘했던 정치도 군사도 결국 사람을 다루는 일입니다. 시오노나나미가 묘사하는 카이사르의 일거수일투족에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나무라기만 하면 병사들의 사기를 꺾는 결과로 끝나기 쉽다. 그래서 카이사르는, 설령 무모함으로 끝났다 해도 너희들의 용기는 가상하다고 치하한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너희들이 전황의 진전이나 전투 결과를 총사령관보다 더 정확히 꿰뚫어볼 수 있다고 여긴 오만함은 용서할 수 없다고, 그리고는 이런 말로 질책을 끝냈다.  "나는 너희들에게 용기와 긍지 높은  정신을 바라지만, 그 못지않게 겸허함과  규율 바른 행동을 바란다."

옛 애인을 만났다고 하자, 같은  계층에 속해 있으니까 우연히 만날 확률도 높았을 것이다. 그런 경우 평범한 남자라면 난처하게 여긴 나머지 본의 아니게 모르는 척하고 지나칠 것이다.  그런데 카이사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내한테는 잠깐 가디리라고 말해놓고, 참석자들이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히 옛 애인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상냥하게 잡으면서 묻는다.  "어떻게 지내시오? 별고 없으시죠?"  여자는 무시당했을 때 가장 깊은 상처를 입는 법이다.
이처럼 실패한 부하 병사에게나, 옛 애인에게나 카이사르는 자신이 관계를 맺는 상대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았습니다.

귀족정신

귀족이라는 말이 물질적 풍요와 동의어처럼 되어버린 요즘이지만, 본래의 의미는 자신의 지위나 품격에 걸맞는 행동양식(Noblesse oblige)을 가리킵니다. 카이사르는 욕심을 채우기보다는 신념에 충실한 삶을 지향했고, 스스로의 품격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진정한 귀족정신의 소유자'였습니다.
카이사르는 평생 동안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게 사는 것을 지향한 사나이기도 하다. 그의 신념은 국가체제의 개조이고, 로마 세계에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으면, 즉 '원로원 최종 권고'에 굴복하여 군단을 내놓으면 내전을 피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질서 수립은 꿈으로 끝나게 된다. 그래서는 지금까지 50년을 살아온  보람이 없다. 보람없는 인생을 살았다고 인정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분노나 복수는 상대를 자신과 대등하게 여기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고 일어날 수 있는 행위다. 카이사르가 평생 이것과 무관했던 것은 분노나 복수가 윤리 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성에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월한 자신이 왜 열등한 타인의 수준으로  그들과 똑같이 분노에 사로잡히거나 그들과 똑같이 복수심을 불태워야  하는가. 
다른 사람보다 스스로 우월하다는 인식이 자칫 '자만심'이 될 수도 있지만, 위 글에서처럼 스스로의 행동에 높은 기준을 세우고 지키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치며

위에서 언급한 위대함의 조건의 공통점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로마인 이야기'에 드러난 카이사르는 많이 배우거나 재력을 갖춘 인물은 아니지만, 이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을 일구어냅니다. 그는 또한 조숙한 천재라기보다는 젊은 시절 경험한 많은 방황과 실패를 토대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업적을 이루어낸 대기만성형에 가깝습니다.  

예전에 '빌게이츠가 우리나라에 태어난다면...'식의 유머가 유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카이사르가 현재의 우리나라에 태어난다면 과연 어떤 업적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스팩 경쟁 열품 등에 휩싸여 자격증이나 영어 공부 등에 젊은 날을 대부분 보내지 않았을까요. 또한, 창업자들의 실패를 자산으로 여기는 실리콘벨리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창업이든 취직이든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환경의 불리함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성공하는 사람의 조건이긴 하지만, 다양한 성공의 사례를 가르치고 젊은이들의 실패에 좀더 관대할 수 있다면 카이사르와 같은 인물이 좀 더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컨퍼런스에서 발휘된 iPad의 진가

Review : 2010. 11. 8. 11:55   By LiFiDeA
토론토에서 CIKM'10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대로 컨퍼런스 내내 iPad만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초기 적응기를 거쳐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iPad의 진가를 알수 있었습니다. 컨퍼런스의 각 상황별로 사용소감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Attending Talks

학술 컨퍼런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발표를 듣는 것입니다. 발표는 크게 연구 분야를 개관하고 조망하는 기조연설(keynote speech)와 컨퍼런스의 주된 프로그램이라고 할수 있는 논문 발표(technical talk)으로 나뉩니다. 기조연설은 SoundNote라는 앱을 통하여 핵심 부분을 녹음해가며 내용을 정리하였고, 논문 발표시에는 GoodReader를 사용하여 실제 논문에 주석을 달아가며 읽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컨퍼런스 Proceeding (논문집)이 CD로 제공되는데, GoodReader에 CD를 넣어두면, HTML인덱스 페이지에서 PDF 논문으로의 링크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이는 많은 부분 노트북으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iPad의 폼펙터와 베터리 성능은 이를 훨씬 수월하게 합니다. 또한, 논문에 주석을 다는 일은 마우스보다 터치 인풋을 사용할 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타이핑 역시 익숙해지니 단순 텍스트 입력에는 실제 키보드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또한 책상이 제공되지 않는 많은 환경에서, iPad는 노트북보다 장시간 사용하기가 좀더 용이합니다. 

Giving a Poster Presentation

이번 컨퍼런스 참석의 주된 목적은 포스터 발표였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제가 개인 문서를 브라우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었기에, 포스터와 함께 실제 시스템의 데모가 필요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개발한 시스템은 웹 기반이었기에, 포스터 발표 도중에 iPad를 사용하여 즉석 시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포스터 발표를 들은 분들께서 필기 입력이 가능한 입을 사용하여 방명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iPad가 가벼운 무게는 아니지만, 노트북을 들고 서있는 것과는 비교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Socialize & etc.

비디오 발표를 포함하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세상에서,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가장 큰 목적은 관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요? 휴식 및 식사 시간, 혹은 기타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떄, iPad는 만능 프리젠테이션 툴로 변신합니다. 한 기기에서 포스터, 논문, 그리고 데모까지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있을 때 노트북을 꺼내기는 웬지 힘들지만, iPad는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노트북보다 social context에서 훨씬 자연스러운 태블릿의 매력이 발휘되는 부분입니다. 

마치며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집중되고, 이에 따라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상황에서, 컴퓨터와 거의 동일한 (혹은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하면서 훨씬 광범위한 컨텍스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iPad와 같은 타블렛의 인기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서 있거나, 책상이 없거나, 한손만이 사용 가능하거나,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타블렛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펜 입력이 되지 않는 등 기능적 제약으로 완전히 종이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터치와 펜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타블렛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내년에 공개될 iPad 2를 기대해봅니다. 

유학생의 뒤늦은 iPad 사용기

Review : 2010. 10. 26. 12:56   By LiFiDeA
며칠전에 종이의 가치를 강조하는 글을 썼지만, 조만간 참석하는  ACM CIKM 2011 컨퍼런스에서의 포스터 발표에 활용할 요량으로 iPad를 구입하였습니다. 여기 미국에서 살 사람들은 다 산 물건이긴 하지만, 뒤늦게나마 대학원생의 관점에서 간단한 리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컨텐츠 소비에서 생산까지

iPad가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디바이스라는 점은 익히 들었지만,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베터리 등에 신경쓰지 않고 몇시간이고 앉아 뭔가를 읽거나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존 노트북 사용과 차별화되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두세시간을 뭔가 읽으면서 보내는 저같은 사람에게 이는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물론 아직은 종이를 읽는것과는 다르지만, 출력의 번거로움과 출력된 결과물의 관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iPad와 같은 디바이스의 존재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 경험의 완성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PDF 읽기를 살펴봅시다. 처음에 애플 스토어에서 테스트해본 웹브라우저 상의 PDF리더는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프로그램에서 부족한 부분은 Third-party 엡들이 모두 채워주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GoodReader라는 프로그램은 iPad에 최적화된 스크롤링 및 글자가 있는 부분만 남기고 화면을 Crop해주는 기능, 문서에 주석을 달아 저장하고 메일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사실상 논문을 읽는데 전혀 문제없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PC 및 앱간의 파일 교환 역시, 어디서나 같은 스토리지를 공유하게 해주는 DropBox가 많은 앱에 거의 표준으로 사용되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글 작성 및 컨텐츠 생산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합니다. 열손가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크린을 이용한 타이핑도 그렇고,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터치 인풋 역시 오히려 하나의 커서를 사용하는 마우스 입력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distraction을 없애고 글쓰기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IA Writer 및, 터치 인풋을 최대한 활용하는 iPad용 드로잉 프로그램인 OmniGraffle을 사용해본 결과 맥북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편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제 3의 디바이스라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많이 수긍이 갑니다. 또한, 잡스가 최근에 7인치 타블렛에 대해 혹평한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의 말처럼 9인치의 iPad는 제대로 된 읽기 및 쓰기를 위해 최소한의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제품으로, 존재하지도 않던 시장을 창출해낸 애플의 기획 및 기술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쉬운 점? 

물론 첫 모델이니만큼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직 손으로 들고 작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런 무게에, 프린팅에 최적화된 PDF등으로 작은 글자를 읽을 때 화면 해상도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한글 입력과 멀티태스킹은 11월에 나올 iOS 4.2에서 구현된다고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한,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유연성(freedom of expression) 관점에서 보면 아직 Freehand 인풋과 드로잉, 그리고 키보드 입력을 우아하게 결합한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또한 펜(스타일러스) 인풋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잫이 실망했었는데, 95%의 작업은 오히려 손가락이 편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 5%의 경우를 위해 펜을 구입하고, 휴대하고, 또한 손가락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클지도 모릅니다. 어느 누구도 펜없는 타블렛을 상상하지 못할 때, 과감히 펜을 제외한 iPad를 내놓은 애플(스티브 잡스)의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펜이 꼭 필요한 경우가 간혹 있기에, 이후 모델에서는 펜 입력을 지원해주기를 바랍니다.

iPad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iPad가 여러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기기임은 분명하지만, 제 경우 아직 이런 장점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보기기가 사용자의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워크플로우(workflow)에 통합되고, 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하기 떄문입니다. 예컨데, 아직 delicious에 저장된 제 북마크를 가져오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저처럼 웹이나 블로그에서 무언가를 읽으면서 내용을 따로 정리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태스크 스위칭의 미비로 말미암아) 메모 프로그램과 브라우저를 오가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은 불편들이 때로는 다른 모든 장점을 무효화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워낙 다용도에 엡의 종류도 많다보니, 아직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득하게 책을 읽거나 할 정신적 여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불평아닌 불평이 생깁니다. 오직 독서만이 가능한 장점(?)때문에 킨들은 샀다는 친구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입한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에 앞으로는 좀더 제대로 활용해보려 합니다.

p.s. 내일부터 열리는 CIKM 2010에 참석하기 위해 토론토에 와 있습니다. 한동안 Twitter계정을 두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적극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lifidea를 팔로우해주세요 ;)

유학 준비에 대한 자료를 찾다 눈에띄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강릉대 아이들 미국 명문대학원을 정복하다.' 강릉대 전자공학과에 91년 설립과 동시에 부임한 조명석 교수님이, 15년에 걸친 노력끝에 어떻게 97년부터 총 31명을 미국 대학원에 진학시켰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학원 입학허가를 받는데 어느 학부를 졸업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제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었으나, 읽은 후에는 부모님도 포기했다는 아이들을 자신감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로 키워낸 조명석 교수님을 비롯한 강릉대 전자과 교수님들의 순수한 열정과 끈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명석 교수님은 책에서 처음에 국내 대학원과 기업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학생들에게 '할수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역으로 해외대학원에 도전할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97년 첫 제자가 University of Washington에 진학하자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유학을 준비하는 제자들에게 여름방학때 하루 12시간씩 집중 훈련을 시켜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유학간 선배들의 사진이 붙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학사관리를 엄정하게 하여 탄탄한 전공 실력을 쌓을수 있도록 지도하셨다고 합니다.

뜻있는 개인의 지속적인 노력이 얼마나 주변 및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학생을 지도하는 마음가짐에대해 조명석 교수님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어린아이는 눈빛만으로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안다.
하물며 대학생이 교수가 자신을 존중하는지 무시하는지를 모르겠는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조 교수님의 지도를 받은 강릉대 전자과 학생들은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다른 대학 출신과 전공실력을 겨룰 때 내가 대학시절에 정말 탄탄하게 실력을 기르고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요.

국립 강릉대, 그것도 전자공학과 진학이 생애 최고의 행운이었습니다.
서울대 전자과 졸업예정자로서 스스로의 대학생활을 돌이켜보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과연 대학생활 및 출신학교에 대해 이정도 자신감을 가졌던가요?

기회가 될때마다 후배들에게 학교이름만 믿고 나태하게 지내면 큰코다칠것이라고 경고해왔으나, 학벌사회의 붕괴가 머지않았음을 다시 실감합니다. 해외유학이라는 'Second Chance'의 가능성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앞으로 실력있는 '비명문대' 학생들의 유학은 추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장기적으로는 유학생 수의 증가에 따라 유학 자체가 주는 프리미엄은 깎이게 되겠군요. 자격보다 실력이 우선시되는 시대의 도래를 기대하며, 마지막으로 책에 인용된 로맹 롤랑의 명언을 옮깁니다.

운명은 일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경험과 시련, 알려지지 않은 노력의 기초위에 쌓이는 것이다.
그렇게 결정된 운명은 견고해서 흔들림이 없다. 왜나하면 자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일궈낸 성과들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로맹 롤랑
책에는 유학에 대한 현장감있는 조언이 가득한 만큼,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이와함께 제가 LifArt.com에 연재중인 유학 준비 가이드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강릉대 아이들' 관련기사
Jerry's 미국 대학원 유학 준비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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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의 기술 - The Secrets of Consulting

Review : 2007. 3. 23. 15:30   By LiFiDeA


"Secrets of Consulting: A Guide to Giving and Getting Advice Successfully" (Gerald M. Weinberg)


노스모크에서 김창준씨 소개로 처음 알게 되었으며, 존경하는 작가 중 한명인 제럴드 와인버그의 작품입니다. 번역서도 있지만 그의 간결하면서 허를 찌르는 필력을 맛보기 위해 원서를 읽었습니다. 컨설팅이라면 '경영 컨설팅', '부동산 컨설팅'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으나 저자는 컨설팅을 조언을 주고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효과적인 조언의 원칙, 조언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빠지기 쉬운 여러 함정 등을 소개합니다.

와인버그의 책이 그렇듯이 주제를 넘어서는, 세상사 전반에 대한 통찰과 맛깔스런 비유로 가득찬 책입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When effective consultant is present, the client solves the problems.

컨설턴트가 문제 해결에 대한 크레딧을 가지려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자기를 버려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직업이 컨설팅입니다.

The wider you spread it, the thinner it gets. (Influence or affluence; take your choice)
Once you eliminate your number one problem, number two gets a promotion; Eliminate the illusion that you'll ever finish solving problems.
The ability to find the problem in any situation is the consultant's best asset. It's also the consultant's occupational disease.
Don't be rational;be reasonable;
The time they do need a consultant is when logic isn't working.
세상은 결코 합리성과 논리에 근거해 돌아가지 않죠. 논리적 사고로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은, 모든 과학적 발견이 기존 지식에 간단한 추론 규칙을 적용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다고 믿는 것 만큼이나 바보스러운 일입니다. 논리만으로 무장한 컨설턴트는 얼마나 미약한 존재일까요?
The better adapted you are, the less adaptable you tend to be.
 ex) Older and experience people vs. younger yet more adaptable people

Why people needs consultants: consultants are less adapted to the present situation, and therefore are potentially more adaptable.
"기껏해야 며칠 공부한 컨설턴트가 어떻게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겠군요.

Don't try to forcefully extend your problem to fit the tool you're with.
The child who receives a hammer for Christmas will discover that everything needs
pounding.
The true expert can see multiple aspect of a situation, but the novice sees only whatever is most conspicuous. Similarly, the incompetent consultant doesn't define problems, but simply sabels them with the first word that comes to mind.
To be successful, consultants should amplify their impact. They should work like a marital arts master, applying the slightest force and allowing the weight of opponent to do the work.
컨설팅과 무술을 비교한 와인버그의 절묘한 비유가 돋보입니다. 이를 좀더 맛보고 싶으신 분에게 근작인 'Weinberg on Writing:Fieldstone Method'를 추천합니다. (이 책도 조만간 리뷰가 올라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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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퍼와 백만장자

    Review : 2007. 3. 18. 17:05   By LiFiDeA
    이 컨텐츠의 최신 내용은 http://www.lifart.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소개할 책은 '골퍼와 백만장자'입니다. 얼핏 이름만 들어서는 흔한 재테크 서적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책을 평가하는 척도로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내 모습은 과연 달라졌는가? 이 책은 내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은 힘들고 중요한 순간마다 제 귓가에 울리곤 합니다. 마치 책속 인물인 백만장자가 제 등뒤에 앉아있는 느낌을 받곤 하죠.

     '모든 것이 마음의 문제'라는 흔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 책을 만나기 전에는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깨우고 움직이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것 같구요. 예전에 10권쯤 사서 주변의 고마운 분들께 선물하기도 했으며, 실의와 좌절에 빠질 때마다 곁에 두고 읽는 책입니다.

    인상깊은 구절:

    '평상시 훌륭한 샷을 할 수 있는 골퍼는 수없이 많아. 그러나 시합이 어려워지고 심리적 압박감이 엄청난 상황에서는 오직 훈련된 사람만이 실수를 피할 수 있지. 위대한 골퍼들은 게임의 90퍼센트가 심리적이라는 것을 알지. 인생도 마찬가지야. 둘 다 마음먹기 달린 거지.'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첫 페이지를 예순 번 고쳐 썼고, 에디슨은 세상을 밝힌 전기를 발명하기 전에 1만 번의 실험을 하였다네. 그들은 골프를 포함한 모든 것들을 신성한 질서의 일부로 만드는 숨겨진 비밀과 완벽한 법칙을 알아내기 위하여 같은 일을 반복해서 하고 또 하고 또 했단 말이네. 동시에 행운의 여신을 길들이고자 했다. 어떤 위대한 골퍼가 한 말이 있네. '나는 연습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는 더욱더 운이 좋아져!'

    ‘내가 그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하고 있었던 일은 실제로 일종의 모방이었지. 그 당시는 못 느꼈지만, 우리는 모방하는 대상과 같게 된다고들 하는데, 내가 실제로 그렇게 되었지. 심리 법칙의 멋진 점 중 하나는 그 법칙을 우리가 전혀 몰라도 작동한다는 점이야. 자네는 다만 그 법칙을 꾸준히, 사랑을 가지고 적용시키기만 하면 되지.’

    ‘사업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하기도 전에 성공을 ‘보는’것이네. 물론 치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성공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 훌륭한 판단 신중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심리법칙들의 무과실성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긍정적인 사건들, 우연한 만남 등과 같은 성공의 명확한 이미지들과 함께,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루게 한 것이야.’

    '모범이 되어야 해. 모범이야말로 무엇을 가르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되지. 위대한 골퍼가 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한 사람이 되게. 자네의 나이에 진정으로 사람들을 돕길 원한다면 그것이 최선이야. 자네가 불행하다면 남을 도울 수 없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나아지는 것이고 남을 도움으로써 진화하는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