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Renewal : 성당에서 시장으로

공지사항 : 2010. 2. 1. 12:25   By LiFiDeA
요즘 논문 작업을 마치고 오랜만에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블로깅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됩니다. 예전에 쓴 글들을 돌아보며 블로그를 통한 '기록'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블로깅을 했던 주제에 대해서는 생생한 기억이 유지되는 반면, 그 반대의 경우는 그 흔적도 남아있지 않군요.

하지만 블로깅을 '소통'의 수단으로 볼때, 그간의 글들은 (에릭 레이몬드의 정의에 따른) '시장'보다는 '성당'에 가깝지 않았나 합니다. 지나치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경우도 보이고, 절제되지 않은 자기 표현이 거슬리기도 합니다.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전달에 치중하지 않았나 합니다. 두서없이 쓴 글은 눈에 띄지 않지만, 여백과 여유에서 풍기는 사람 냄새도 없습니다.

몇가지 변화를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가르치기 위해 쓰기보다는 배우기 위해 쓰려고 합니다. 정리가 다 된 내용을 쓰기 보다는 정리하기 위해 쓰려고 합니다. 무대 위에 선 배우의 화려함보다는 백스테이지의 편안함을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을 통한 소통을 유도하기 위해  RSS피드에서 글의 앞부분만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포스팅 주제도 조금 넓혀볼까 합니다. 검색과 개인정보관리에 더하여, 이 둘을 통해 이룩할 수 있는 궁극적인 목표인 개인의 생산성 향상과 자기개발(self-help)을 다루어볼까 합니다. 한동안 뜸했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확률 통계에 대한 튜토리얼도 차츰 이어가겠습니다.

새해 결심이 차츰 희미해져가는 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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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디서나 iPad이야기입니다. 주로 개발(hacking)용으로 컴퓨터를 쓰는 저는 결국 베일을 벗은 Apple Tablet이 범용 컴퓨터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지만, 갈수록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미디어는 많아지고 그동안 노트북으로 장시간 웹페이지나 영화를 보는 데 한계를 느꼈던 점을 생각하면 분명 매력적인 기계입니다. 그리고 IT업계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터미널(console)을 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얼마나 불편해 하겠습니까 ;)

오늘은 iP* 시리즈에서 나타나는 애플의 계속된 '플렛폼화' 전략이 업계, 특히 한국의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가 컴퓨터로 대학원에 진학한 제가 귀에 닳도록 들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를 해서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
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주변 분들이 '삼성전자에는 컴퓨터 전공 임원이 하나도 없다', '프로그래머는 정년이 40이다'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잠시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잘 하는 성향 탓에 별 고민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때가 2006년의 일입니다.

하지만, 2010년 한국 언론의 IT관련 섹션은 재주는 한국, 실속은 외국… 스마트폰도 뒤처져 ‘위기’애플 ‘아이패드’ 공개…콘텐츠 유통 혁명 “뭐하니, IT 코리아”와 같은 기사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발언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무시해서는 삼성전자도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애플이 파는 휴대폰은 단 한종류이고, 판매 댓수도 노키아의 1/10이 안 되지만 순익은 더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이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 판매에서 온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것이 소프트웨어의 힘입니다. 남들이 휴대폰을 하드웨어와 네트웍 비즈니스로 볼 때, 이를 애플리케이션을 올리고 판매할 수 있는 플렛폼으로 볼 수 있었던 혜안,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운영체제와 개발 환경을 포함한 풀 스택(full stack)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기술력이 오늘의 iPhone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iPhone에서 나타난 애플의 성공 비결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애플이 처음 iPod을 내놓았을때에도 초기 반응은 신통치 않았지만, iTunes 및 뮤직 스토어와 결합된 차원높은 사용 환경(user experience)은 결국 iPod이 세계를 제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iPhone에 이어 iPad에서 플렛폼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iPad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그동안 iPhone 앱을 개발하던 인력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내놓기 시작하면 점차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전자 및 반도체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이룩한 성장은 눈부시지만, 기술의 상향 평준화에 따라 하드웨어에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한계를 드러내고, 하드웨어 판매를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갑니다. 게다가 소프트웨어의 판매에는 국경도 없고, 고정 비용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황금 산업입니다. 하지만 플렛폼화는 커녕 휴대폰마다 운영체제를 따로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 업체들에게 이것은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까요.  '플렛폼 전략'이라고 간단히 이야기했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범용 운영체제-컴파일러-개발 툴을 제공하고, 개발자들이 이를 활용하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이런 노력이 다시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판매 및 개발을 더욱 활성화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완성되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기술 뿐만 아니라, 개발자 지원 등의 플렛폼 운영 노하우, 그리고 사회적인 인프라까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의 대표격인 삼성전자가 뒤늦게나마 '바다'를 만든다고 나섰지만, 한두 업체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풀뿌리 축구가 결국 그 나라 대표팀의 성적을 좌우하듯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취미로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직업 프로그래머의 대우도 개선하여 최고의 인력들이 몰리도록 해야 합니다. 플렛폼 전략으로 세계를 이끌고 있는 구글과 애플이 모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우대받는 미국, 그것도 실리콘 벨리의 회사라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최근 화두가 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기를 기원해 봅니다.


P.S. 그나저나, iPad은 과연 성공할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

2010년, 성장과 성숙의 한해로

공지사항 : 2010. 1. 18. 01:20   By LiFiDeA
2010년 SIGIR 학회의 논문 마감을 며칠 남긴 오늘, 교수님께 1차 초안을 보내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작년 한해를 돌아보고, 앞으로를 계획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2009년은 제게 (겉보기에는) 꽤 괜챃은 한해였습니다. 검색 연구분야의 3대 메이저 학회에 모두 참석하여 두번의 논문 발표를 하였고, 이와 별도로 석사 졸업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 와중에 코스웍도 거의 끝낼 수 있었고요. 

대학원에서 이제 다섯 학기를 보낸 학생으로서 나쁘지 않은 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때 유학생 살아남기 같은 글을 쓰던 것을 생각하면, 이제 연구자로서 어느정도 자리매김한 느낌입니다. 논문을 쓰고 발표/출판를 통해 피드백을 받는 아카데믹 사이클에 있어서도 많이 익숙해졌고요.  

하지만, 그동안 '성취'가 주는 단물에 익숙해진 나머지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았나 합니다. 유학 초기부터 하고싶은 연구를 하겠다는 결심을 분명히 했었고, 세상 보다는 자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많이 희미해지지 않았나 합니다. 어느새 진정한 학자보다는 '연구 기술자' 혹은 '논문 공장'이 되어가고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해 봅니다. 

계속 마감에 쫒기면서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게을리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읽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쌓아둔 책과 블로그들, 그리고 구상은 해 놓고 올리지 못한 글들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런 상황 계속되어서는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예감했기 때문일까요. 

2010년은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제 스스로의 삶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작년 한해 '성취'에 집중했었다면,  올해는 '성장'과 '성숙'을 위해 힘쓰는 한해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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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KM의 한국인 저자 논문들

검색연구동향 : 2009. 9. 12. 13:32   By LiFiDeA
이번 CIKM Conference의 한국인 저자 논문을 모아 보았습니다. SIGIR에서보다 더 많은 논문이 눈에 띄는군요.  저희 연구실의 서장원 선배, 그리고 SIGIR에서 뵈었던 나승훈님 이외에는 처음 뵙는 분들이라 기대가 큽니다. 영문 블로그의 CIKM의 제 논문 관련 포스팅, 그리고 저자 및 타이틀 통계도 참조하세요.

Full Paper
Generating Comparative Summaries of Contradictory Opinions in Text
Hyun Duk Kim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ChengXiang Zhai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Towards Real-Time Measurement of Customer Satisfaction Using Automatically Generated Call Transcripts
Youngja Park (IBM T. J. Watson Research Center), Stephen C. Gates (IBM T. J. Watson Research Center)

Improving Web Page Classification by Label-propagation over Click Graphs
Soo-Min Kim (Yahoo! Labs), Patrick Pantel (Yahoo! Labs), Lei Duan (Yahoo! Labs), Scott Gaffney (Yahoo! Labs)

Short Paper
Online Community Search Using Thread Structure
Jangwon Seo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W Bruce Croft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David A Smith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mherst)

An Improved Feedback Approach Using Relevant Local Posts for Blog Feed Retrieval
Yeha Lee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POSTECH)), Seung-Hoon Na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Jong-Hyeok Lee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POSTECH))

Extraction of a Latent Blog Community Based on Subject
Seok-Ho Yoon (Hanyang University), Jung-Hwan Shin (Hanyang University), Sunju Park (Yonsei University), Sang-Wook Kim (Hanyang University)

휴식의 기술

유학생활 : 2009. 9. 8. 00:49   By LiFiDeA
오늘 미국은 노동절(Labor Day)입니다. 동시에 3개월 반의 긴 여름방학기 끝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휴식과 일의 교차점에서, '휴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삶을 일과 휴식으로 나눈다면 휴식에는 일과 반대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이 일에서 최대한 벗어나 삶 전체를 균형점에 돌려놓는 거죠. 또한 휴식의 시작은 일의 끝이요, 휴식의 끝은 일의 시작이기에, 휴식에는 일을 준비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딘가에도 얽매일 필요가 없는 휴식 기간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휴식을 통해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휴식은 자칫 일의 연장이 되기도 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고, 일상을 통해 쌓아온 소중한 것들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휴가지에서도 일을 처리하는 직장인, '월요 증후군', 그리고 휴가를 다녀온 후 다이어트를 하는 모습 등은 이런 모습을 대변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요? 우선은 올바른 '일'이 정착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중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금요일 쯤에는 녹초가 되는 직장인이 휴식 기간에 다시 생산적인 일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에 치어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면 스스로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와 함께 '삶'을 전체로써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할 것입니다. 휴가 역시 자기 삶의 일부일진데, 평소에 실천하던 바람직한 원칙이 휴식을 빌미로 깨어진다는 것은 이들이 자신의 삶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음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이 계속된다면 자기 변화를 통한 삶의 개선은 요원할 것입니다.

많은 자유가 주어지는 대학원 생활에서 일과 휴식의 조화를 꾀하고, 이를 통해 삶을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충분한, 그리고 효과적인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