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돌아보며 - 블로깅

공지사항 : 2010. 12. 30. 09:58   By LiFiDeA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어 2010년을 '성장과 성숙의 한해'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던 것이 엇그제같은데, 벌써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올 초에 블로깅을 좀더 활발하게 해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일단 '꾸준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입니다. 올 한해 32개의 포스팅을 했으니 대략 10일에 하나 꼴입니다. 9개의 글을 올렸던 2009년에 비해서는 대단한 발전(?)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조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올 초에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던 검색 기술 관련 연재를 끝마치지 못했고, 연구 및 개발에 대해서 쓴 글들도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독자분들과 꾸준히 소통할 수 있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반면, IT 산업 동향과 관련된 포스팅이나 제 개인 신변에 관련된 글들이 더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올초를 떠들썩하게 했던 네이버 관련 포스팅이나, iPad등과 관련된 포스팅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였습니다. 검색 연구자의 관점에서 이슈를 조명하는 것도 나름의 공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010/07/13 - 빙(Bing Search)에서의 인턴 생활, 첫달을 보내며
2010/03/24 - 네이버가 구글과 싸우는 법 - 검색엔진 연구자의 관점
2010/02/22 - 한국 인터넷은 술자리다
2010/01/30 - iPod, iPhone, iPad, 소프트웨어를 무시해서는 삼성전자도 안된다

이 블로그에는 좀더 연구와 관련된 내용을 더 많이 다루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이지만, 지나치게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시사적인 이슈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는 것이 더 독자들에게서는 어필하지 않나 합니다. 기술적인 내용도 다루되 좀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의 영문 블로그에는 좀더 기술적인 내용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또한 여자친구와 운영중인 EduHow블로그에는 유학 준비 및 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다루어지니 참고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어떤 식으로든 기록해두지 않았던 일들을 다 잊혀지지 않나 합니다. 2010년 블로그를 통해 여러분과 나눌 수 있었던 많은 이야기가 소중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겠습니다. 

p.s. 포스팅에 대한 희망 사항이 있으시면 메일이나 답글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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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불통이 가져다준 마음의 평화

Essay : 2010. 12. 27. 07:08   By LiFiDeA
며칠 전 갑자기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이 먹통이 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옆집의 컴캐스트 인터넷 계정을 무선으로 공유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옆집에서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얼마전 @estima7님꼐서도 비슷한 내용을 트윗하신걸 보았지만, 갑자기 인터넷이 되지 않으니 답답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메일, 구글 리더, 트위터, 스카이프 등등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요, iPad와의 싱크를 위해 사용하는 DropBox, Google Docs 등의 모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가 동작하지 않으니 일을 제대로 할수도 없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한참을 기다려도 상황은 해결되지 않았기에, 조금 여유를 가지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몇시간을 보내고 나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인터넷이 없는 집에서의 시간이 너무나 평화롭게 느껴진 것입니다.

메일이나 블로그를 읽을 수도 없고 웹서핑을 할수도 없으니, 가능한 활동 범위가 훨씬 제한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의 제한이 오히려 평소에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아 미루어 두었던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입니다. 그 몇 시간동안에 언젠가 읽어야겠다고 출력했다가 한쪽에 밀쳐둔 논문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책 한권을 들고 (Society of Mind)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일 이외의 무언가에 차분히 열중할 수 있는 경험은 참으로 오랜만이었습니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소셜 네트워크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은 그 만큼의 (선택에 대한) 불안과 혼란을 초래합니다. 항상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하고, 전 세계의 정보를 원클릭으로 검색할 수 있는 구글의 시대에 컴퓨터 (및 기타 internet-enabled device) 앞에서 온전히 집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예전에 Is Google Making Us Stupid?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검색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검색 기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폐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무었일까요? 그러한 distraction을 잠시나마 차단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집에서 일어난 '인터넷 사건'은 인터넷이라는 가능성의 세계를 차단했을 때, 오히려 남아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예전에 폴 그레이엄이 집에 인터넷을 하는 방을 따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썼던 것을 생각해보면,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닌가 봅니다. "자유를 제한받은 곳에서 참된 자유가 발휘된다. 정신활동의 완전 연소는 어느 정도의 구속 없이는 성취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말도 다시금 떠오릅니다.

며칠만에 인터넷은 복구되었고, 다시 시작된 distraction속에 저는 며칠간 경험했던 평화로움을 다시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중입니다. 많은 인터넷 서비스에서 (이메일 / RSS / Calendar) 오프라인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기에 인터넷이 되지 않아도 큰 불편함은 없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소셜 미디어의 홍수 시대에 살아남기

Essay : 2010. 11. 21. 12:11   By LiFiDeA
트위터 타임라인 5일치 따라잡는데 한시간 소요. 좋은 글을 많이 읽었지만, 절대 양보다도 지나치게 다양한 종류의 정보가 머리를 채워 복잡해지는 느낌. SNS는 일과중보다는 자투리시간에 하기 좋은 활동. 그래서 '막간'에 강한 스마트폰이 최적인 듯. 

@sokion: @lifidea 지나치게 동감해요. 이런 무작정 리스트 말고 뭔가 색다른 접근이 필요한 것 같은데. Priority Inbox같은 분석 툴도 필요해요. 트위터 가끔 들어오는 저로선 타임라인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한 지경.

최근에 트위터에서 후배와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소셜 미디어(Social Network Service -- SNS)의 등장이 그 장점만큼이나 많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을 투자해도 소화하기 힘든 양도 문제이지만, 다양한 채널 (블로그/트위터/페북)에서 온갖 종류의 정보가 동시에 쏟아진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한번에 한가지의 정보를 소화하는 독서와 달리, 트위터 메시지 각각에 담기는 전혀 다른 정보를 한꺼번에 소화하는 일은 더 큰 부담(Cognitive Overhead)으로 느껴집니다. 예전 글에 썼듯이, 잦은 Context-switching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두뇌에도 힘든 걸까요?

그거, 안 하면 안되나?

그런 이유에선지 많은 사람들이 아예 SNS를 멀리합니다. 대부분 시간 소모와 Distraction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지식 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SNS에서 얻는 정보는 포기하기에 너무나 값진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자라면 주변 연구자들의 관심사 및 산업 동향등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어야 적절한(Relevant) 연구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굳이 연구자가 아닐지라도, SNS에서 얻는 정보는 뉴스에서 접하는 것보다 더 깊이있고 정제된 것이 많습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하는 뉴스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정보원으로부터의 선별을 거친 컨텐츠이니까요.

또한 정보의 생산이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면, 블로그와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SNS는 '전문가'의 정의를 바꾸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신문 및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 전문가였다면, 우리 시대의 전문가는 구글 검색에 해당 키워드를 쳤을 때 가장 먼저 나오거나 블로그 구독자(트위터 팔로워)가 가장 많은 사람이 아닐까요? 자신의 분야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이를 널리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전문가의 핵심 경쟁력을테니까요. 많은 파워블로거들이 책을 출판하고 강연을 다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SNS는 이미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SNS를 피할 수 없다면 효과적인 소비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 양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번에 45분 정도의 시간을 정하고 그 기간 동안에 가능한 분량을 소화한 후, 나머지를 포기하거나, 나중을 위해 Instapaper등에 저장합니다. 피드 구독에 가급적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고, 한 시간 이상을 넘기지 않으려 합니다. 또한, 피드를 추가할 때마다 하나씩 제거한다는 원칙을 세워, 매일 소화하기 힘든 양이 쌓이는 일을 막으려고 합니다. 

종류의 다양함에서 오는 문제는 채널별로 다른 컨텐츠와 소비 패턴을 도입함으로써 해결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주로 연구 등 Professional Communication을 위해 활용하고, 트위터는 트렌드 및 뉴스를 따라잡는데 사용합니다. 예컨데 기술 트렌드 관련 훌륭한 블로거도 많이 계시지만, 블로그 대신 그분들의 트위터 피드를 팔로우합니다. 또한, 구독하는 블로그의 종류가 다양하기에, 한번에 한 종류의 피드만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예컨데, 검색 관련 블로그들) 이렇게 하면 한번에 지나치게 많은 종류의 정보를 소화하는데서 얻는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동적인 정보 습득 대신에 비판적이고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블로그 포스팅에 답글을 남기고, 관심이 가는 트윗은 리트윗합니다. 소통도 소통이지만, 이렇게 하면 주어진 정보의 옥석을 가리고,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 홍수의 시대에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SNS를 통한 배움이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기록을 남기면 지식 축적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동화된 솔루션은 없을까?

위에서는 사용자의 소비 습관에 촛점을 둔 해결책을 언급했지만, SNS는 자동화된 검색 및 필터링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가 아닐까요. 특히 개인적인 메시지와 퍼블릭한 트윗이 공존하는 트위터를 쓰다보면, 사용자에 따른 트윗의 중요도를 구분해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최근에 Gmail의 Priority Inbox를 사용하면서, '어떻게 이런 기능이 없는 이메일을 쓸까?' 생각했었는데, 이메일보다 훨씬 메시지의 양도 많고 (이와함께) 노이즈도 많은 SNS에서 훨씬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합니다. 

이상적인 형태의 솔루션은 모든 채널에서 수집되는 정보를 모아 토픽별로 자동 분류하고, 노이즈 및 중복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거한 후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순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정보 수집 및 분류에 능통한 똑똑한 비서가 한명 있는것 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일단 읽은 내용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 관련 글이 다시 들어오면 remind시켜준다면 지식의 축적이라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군요. 이런 서비스가 있다면 사용자의 취향에 대해서도 잘 알테니, 새로운 정보원을 발굴해서 보여줄 수도 있겠군요. 

최근 논문을 살펴보니, 각 서비스 유형 별로 (포럼 / 트위터 / 블로그) 컨텐츠를 필터링하는 테크닉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어 있지만, 한 사용자의 소셜 미디어를 통합 관리하는 주제를 다룬 연구는 아직 없군요. 개별 미디어의 필터링은 Collaborative Filtering이라는 분야에서 다루지만, 이렇게 개별 사용자 중심에서 정보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저의 주 관심사인 개인 정보 관리(Personal Information Management)라는 분야의 연구주제입니다. 

제 예전 논문에서는 데스크톱 검색을 다루었지만, 개인 정보 관리의 무게추가 인터넷(cloud)으로 옮겨간 요즈음, 연구 측면에서도 더 관심이 가는 주제입니다. 사실은, 위에서 언급한 SNS 기반 지식관리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지난번 글에 언급한 Rails 개발입니다. 조만간 이 프로젝트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써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소셜 미디어의 홍수를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혹시 유용한 툴을 아시나요? 

관련글


예전에 연구자로서 개발(programming)을 한다는 것에 대한 글을 쓴적이 있지만, 박사 논문 Proposal 등을 준비하느라 코드에 한동안 손을 대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 글에서도 파트타임 개발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한적이 있지만, 1년 전에 작성한 코드를 다시 읽고 기능을 추가하는 일은 역시 난감했습니다. 코드를 다시 머리에 넣는 것도 문제였지만, 예전에 작성한 코드가 문제투성이로 보이는 바람에, 처음부터 새로 짤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자라면 이런 고민 해보셨을 겁니다 ;)

또 하나의 문제는, 제가 사용하는 웹 프레임웍인 Ruby on Rails (Rails)가 3.0으로 버전업되면서 기존에 작성한 코드를 상당 부분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Rails 2.0이 나왔을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었는데, 이처럼 프레임웍의 진화가 역설적으로 이에 기반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주는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Rails 3.0의 변경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이런 불만은 탄성으로 바뀌었습니다. 애자일(agile) 웹 프레임웍의 대표격으로 인정받는 Rails이지만, 변화하는 웹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지속하는 점이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Rails 3.0이 나온지는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이번 글에서는 Rails의 변화된 모습과 이에 관련된 웹 개발의 동향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모듈화 및 플러거블 아키텍쳐

우선 가장 눈에띄는점은 Model-View-Controller로 이루어진 웹 프레임웍의 각 부분을 모듈화해 상호간의 인터페이스를 최소화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프레임웍의 유지보수를 편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 MVC의 각 구성요소를 사용자 편의에 맞게 바꾸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예컨데, Model쪽에서 기본으로 제공되는 ActiveRecord라는 데이터베이스 어댑터 대신 NoSQL 류를 포함한 다른 데이터 소스(persistence layer)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View측면에서 Prototype이라는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웍 대신에 JQuery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닛 테스팅에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Test/Unit 대신에 BDD(Behavior-driven Development)에 기반을 둔 RSpec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웹 개발환경 자체의 특성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웹은 끊임없이 신기술이 명멸하고,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몇 년을 주기로 변화하는 다이나믹한 환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웹 프레임웍이 특정한 컴포넌트의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사용자의 선택을 제약할 뿐 아니라, 프레임웍 자체의 가치를 위협하는 요소인 것입니다. 예컨데, Rails에 처음 Javascript 프레임웍이 채택되었을때, Prototype은 단연 우뚝선 존재였으나, 몇년 사이에 JQuery가 더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백엔드 역시 모두가 MySQL등 RDBMS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NoSQL이라는 이름의 Schema-free 어프로치가 세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최근 2-3년간 생긴 변화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기에, 프레임웍에 더 많은 기능과 제약을 부여하기보다는 프레임웍의 크기를 줄이고 모듈화하는 Rails의 변화는 환영할만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모듈화에 따른 또다른 장점은 Rails 프레임웍의 소스 코드를 이해하기가 훨씬 편해졌다는 점입니다. 본격적인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하다 보면 많은 경우 프레임웍 자체에 어느 정도 수정을 가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작은 장점은 아닙니다.

REST(레스트) 프로토콜 지원

웹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꾸준히 제기된 개념이 '기계가 사용하는 웹'입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근 10년간 Semantic Web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스펙이 제안되었지만, 아직 널리 사용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반면에 Web 2.0로 불리우는 웹의 실제 진화 과정에서 웹 서비스의 일부를 API형태로 제공하는 사례가 일반화되었습니다. API는 프로그램에 의해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Semantic Web과 같은 개념이지만, 개발 과정에서 복잡한 스펙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API의 정의 및 개발이 쉽지 않으며 이에 대한 표준안 역시 없다는 점입니다. 

REST(Representational State Transfer)는 이처럼 웹 서비스의 일부를 표준화된 (따라서 기계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게 해주는 프로토콜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REST는 복잡한 스펙대신에 표준화된 URL과 HTML Verb (GET, PUT, POST, DELETE)를 사용하여 웹 서비스를 구성하는 각 객체를 접근하고 수정하는 API를 정의합니다.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복잡한 Semantic Web 프로토콜을 구현하거나 오류를 범하기 쉬운 커스텀 API를 구현하는 대신에, 훨씬 간편한 방식으로 표준 API를 구현할 수 있으며, API 이용자 측면에서는 웹에 존재하는 임의의 객체를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Rails에서는 1.2버전부터 모든 객체에 대해 RESTful한 (REST 표준에 따르는) API를 제공할 수 있게 하였으며, 2.0버전부터는 컨트롤러에서 RESTful한 API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채택하였습니다. 이는 웹 서비스의 모든 구성요소를 최종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동시에, 개발자의 추가적인 노력을 전혀 들이지 않고 표준화된 API로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Rails 2.0으로 코드를 업그레이드할 당시에 이런 변화에 대해 불평했던 기억이 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옳은 결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밖에도 Rails 3.0은 View에서 HTML5에 호환되는 Mark-up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한 관련 패키지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훨씬 단순한 방법을 제공합니다. 기타 자잘한 변화는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ails와 웹의 미래는?

이처럼 프레임웍이 개발 생태계에 (혹은 개발 생태계가 프레임웍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Rails와 같이 영향력있는 웹 프레임웍이 이미 표준화되었거나 가까운 장래에 표준화될 기술의 사용을 적극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은 개방과 공유를 근간으로 하는 웹 생태계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요약하면, 다음 세대의 웹은 지금보다 서비스 각각이 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마치 거대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되지 않을까요. 

끊임없이 바뀌는 프레임웍에 맞춰 애플리케이션 소스를 수정하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가치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프레임웍이 환경 변화에 맞추어 발전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자신의 애플리케이션 역시 시대에 뒤안길로 밀려날지도 모르니까요. 개발자 각각의 그 모든 기술 변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의 적용하는 것은 훨씬 더 큰 노력이 필요할테니, 어떤 의미에서 프레임웍의 사용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노력을 최소화해준다고나 할까요.

이제 개발이 본업은 아니지만,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웹 개발 환경을 바라보는 것은 흥분되는 일입니다. 이제 다시 TextMate를 켜고 코딩을 할 생각입니다. 요즘 NoSQL류 데이터베이스 중에 MongoDB가 대세라는데 한번 써 봐야겠군요 ;)

p.s. 여러분은 요즘 어떤 웹 프레임웍을 쓰시나요? 한때 우리나라에도 활발한 Ruby / Rails 커뮤니티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요, 검색을 해보니 많이 없어진 모양이네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시는 분?

컨퍼런스에서 발휘된 iPad의 진가

Review : 2010. 11. 8. 11:55   By LiFiDeA
토론토에서 CIKM'10 컨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대로 컨퍼런스 내내 iPad만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초기 적응기를 거쳐 능숙하게 사용하게 되면서 iPad의 진가를 알수 있었습니다. 컨퍼런스의 각 상황별로 사용소감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Attending Talks

학술 컨퍼런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발표를 듣는 것입니다. 발표는 크게 연구 분야를 개관하고 조망하는 기조연설(keynote speech)와 컨퍼런스의 주된 프로그램이라고 할수 있는 논문 발표(technical talk)으로 나뉩니다. 기조연설은 SoundNote라는 앱을 통하여 핵심 부분을 녹음해가며 내용을 정리하였고, 논문 발표시에는 GoodReader를 사용하여 실제 논문에 주석을 달아가며 읽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컨퍼런스 Proceeding (논문집)이 CD로 제공되는데, GoodReader에 CD를 넣어두면, HTML인덱스 페이지에서 PDF 논문으로의 링크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합니다. 

이는 많은 부분 노트북으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iPad의 폼펙터와 베터리 성능은 이를 훨씬 수월하게 합니다. 또한, 논문에 주석을 다는 일은 마우스보다 터치 인풋을 사용할 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타이핑 역시 익숙해지니 단순 텍스트 입력에는 실제 키보드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또한 책상이 제공되지 않는 많은 환경에서, iPad는 노트북보다 장시간 사용하기가 좀더 용이합니다. 

Giving a Poster Presentation

이번 컨퍼런스 참석의 주된 목적은 포스터 발표였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제가 개인 문서를 브라우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었기에, 포스터와 함께 실제 시스템의 데모가 필요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위해 개발한 시스템은 웹 기반이었기에, 포스터 발표 도중에 iPad를 사용하여 즉석 시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포스터 발표를 들은 분들께서 필기 입력이 가능한 입을 사용하여 방명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iPad가 가벼운 무게는 아니지만, 노트북을 들고 서있는 것과는 비교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Socialize & etc.

비디오 발표를 포함하는 모든 정보가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세상에서,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가장 큰 목적은 관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요? 휴식 및 식사 시간, 혹은 기타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 떄, iPad는 만능 프리젠테이션 툴로 변신합니다. 한 기기에서 포스터, 논문, 그리고 데모까지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있을 때 노트북을 꺼내기는 웬지 힘들지만, iPad는 바로 꺼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노트북보다 social context에서 훨씬 자연스러운 태블릿의 매력이 발휘되는 부분입니다. 

마치며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집중되고, 이에 따라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상황에서, 컴퓨터와 거의 동일한 (혹은 더 나은) 기능을 제공하면서 훨씬 광범위한 컨텍스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iPad와 같은 타블렛의 인기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서 있거나, 책상이 없거나, 한손만이 사용 가능하거나, 여러 사람들과 같이 있는 상황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타블렛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펜 입력이 되지 않는 등 기능적 제약으로 완전히 종이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터치와 펜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타블렛의 등장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내년에 공개될 iPad 2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