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의 뒤늦은 iPad 사용기

Review : 2010. 10. 26. 12:56   By LiFiDeA
며칠전에 종이의 가치를 강조하는 글을 썼지만, 조만간 참석하는  ACM CIKM 2011 컨퍼런스에서의 포스터 발표에 활용할 요량으로 iPad를 구입하였습니다. 여기 미국에서 살 사람들은 다 산 물건이긴 하지만, 뒤늦게나마 대학원생의 관점에서 간단한 리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컨텐츠 소비에서 생산까지

iPad가 컨텐츠 소비에 최적화된 디바이스라는 점은 익히 들었지만,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베터리 등에 신경쓰지 않고 몇시간이고 앉아 뭔가를 읽거나 볼 수 있다는 것은 기존 노트북 사용과 차별화되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두세시간을 뭔가 읽으면서 보내는 저같은 사람에게 이는 작은 차이가 아닙니다. 물론 아직은 종이를 읽는것과는 다르지만, 출력의 번거로움과 출력된 결과물의 관리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iPad와 같은 디바이스의 존재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사용자 경험의 완성을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PDF 읽기를 살펴봅시다. 처음에 애플 스토어에서 테스트해본 웹브라우저 상의 PDF리더는 썩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프로그램에서 부족한 부분은 Third-party 엡들이 모두 채워주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GoodReader라는 프로그램은 iPad에 최적화된 스크롤링 및 글자가 있는 부분만 남기고 화면을 Crop해주는 기능, 문서에 주석을 달아 저장하고 메일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사실상 논문을 읽는데 전혀 문제없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처음에 걱정했던 PC 및 앱간의 파일 교환 역시, 어디서나 같은 스토리지를 공유하게 해주는 DropBox가 많은 앱에 거의 표준으로 사용되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글 작성 및 컨텐츠 생산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합니다. 열손가락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스크린을 이용한 타이핑도 그렇고,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터치 인풋 역시 오히려 하나의 커서를 사용하는 마우스 입력보다 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모든 distraction을 없애고 글쓰기에만 집중하게 해주는 IA Writer 및, 터치 인풋을 최대한 활용하는 iPad용 드로잉 프로그램인 OmniGraffle을 사용해본 결과 맥북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편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노트북과 스마트폰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제 3의 디바이스라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많이 수긍이 갑니다. 또한, 잡스가 최근에 7인치 타블렛에 대해 혹평한것도 이해가 갑니다. 그의 말처럼 9인치의 iPad는 제대로 된 읽기 및 쓰기를 위해 최소한의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완벽에 가까운 제품으로, 존재하지도 않던 시장을 창출해낸 애플의 기획 및 기술력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쉬운 점? 

물론 첫 모델이니만큼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직 손으로 들고 작업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런 무게에, 프린팅에 최적화된 PDF등으로 작은 글자를 읽을 때 화면 해상도의 한계가 느껴집니다. 한글 입력과 멀티태스킹은 11월에 나올 iOS 4.2에서 구현된다고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한,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한 유연성(freedom of expression) 관점에서 보면 아직 Freehand 인풋과 드로잉, 그리고 키보드 입력을 우아하게 결합한 프로그램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또한 펜(스타일러스) 인풋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적잫이 실망했었는데, 95%의 작업은 오히려 손가락이 편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 5%의 경우를 위해 펜을 구입하고, 휴대하고, 또한 손가락과 번갈아가며 사용하는 번거로움을 감안하면 득보다 실이 클지도 모릅니다. 어느 누구도 펜없는 타블렛을 상상하지 못할 때, 과감히 펜을 제외한 iPad를 내놓은 애플(스티브 잡스)의 판단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입니다. 그래도 펜이 꼭 필요한 경우가 간혹 있기에, 이후 모델에서는 펜 입력을 지원해주기를 바랍니다.

iPad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까?

iPad가 여러가지 면에서 매력적인 기기임은 분명하지만, 제 경우 아직 이런 장점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보기기가 사용자의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워크플로우(workflow)에 통합되고, 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하기 떄문입니다. 예컨데, 아직 delicious에 저장된 제 북마크를 가져오는 방법을 찾지 못했고, 저처럼 웹이나 블로그에서 무언가를 읽으면서 내용을 따로 정리하는 사람에게는 (효과적인 태스크 스위칭의 미비로 말미암아) 메모 프로그램과 브라우저를 오가는 과정이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작은 불편들이 때로는 다른 모든 장점을 무효화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워낙 다용도에 엡의 종류도 많다보니, 아직 새로운 기능을 익히고 테스트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득하게 책을 읽거나 할 정신적 여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불평아닌 불평이 생깁니다. 오직 독서만이 가능한 장점(?)때문에 킨들은 샀다는 친구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구입한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에 앞으로는 좀더 제대로 활용해보려 합니다.

p.s. 내일부터 열리는 CIKM 2010에 참석하기 위해 토론토에 와 있습니다. 한동안 Twitter계정을 두었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적극 활용해볼 생각입니다. @lifidea를 팔로우해주세요 ;)

노트북에 킨들, 최근에 아이패드까지 보급되면서 종이를 포기한 (go paperless) 분들이 점점 늘어나는 듯 합니다. 종이는 부피를 많이 차지하고, 출력이나 보관이 번거로우며, 결정적으로 검색도 되지 않으니 Scalability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종이를 포기하기에는 아직도 그 매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말하고픈 매력은 편안한 소파에 앉아 책장을 한장씩 넘기면서 느끼는 종류의 센티맨털한 것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창조 활동을 도와주는 실용적인 가치입니다.


가용성 (anytime, anyplace)

창조 활동의 특징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샤워하는 도중 위대한 발견의 씨앗이 되는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아르키메데스가 아니라도 많이 듣습니다. 저의 경우, 비행기에서 굉장히 창의적인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포착하는데는 아직 종이만한 것이 없습니다. 전자 기기의 특성상 배터리 시간, 인터넷 연결 여부 등에 따라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기기가 작동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두뇌의 창의적 의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연성 (freedom of expression)

가용성의 문제는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많이 해결된 것 같습니다. 10시간 사용 가능한 노트북이나 타블렛은 더이상 드문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정보기기에 비해 종이가 아직도 갖는 더 큰 장점은 유연성(표현의 자유)일 것입니다. 무제약의 저장공간(종이)에 자유로운 입력장치(펜)로 표현가능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연구를 위한 아이디어를 종이에 스케치하는 장면을 상상해봅시다. 먼저 문제의 핵심적인 조건과 금방 떠오르는 해법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그러다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이 떠오르면 다이어그램을 그립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올때까지 지우개로 지워가며 몇번이나 수정을 거듭힙니다. 이제 완성된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세세한 알고리즘을 묘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알고리즘의 수행시간을 어림잡아 계산(back-of-the-envelope calculation)해 보고, 수행 일정까지 구상합니다. 마침내 그럴듯한 연구 계획이 나왔습니다!

물론 가상의(contrived) 사례이기는 하지만, 이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하기 위해서는 오피스 패키지의 모든 기능을 총 동원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이론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이들간에 데이터를 옮기고 하는 사이에 창의적 활동에 필수적인 경쾌한 리듬을 유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만약 여러 디바이스를 사용한다면 작업의 복잡성은 더욱 커집니다. 여백에 써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종이의 간편함과 대조되는 측면입니다.

자연스러움 (it just feels right)

기술이 더 발전하여 위에서 언급한 유연성의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한 정보기기가 나왔다고 가정해봅시다. 과연 그때 저는 종이를 쉽게 버릴 수 있을까요? 아마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어릴때부터 종이를 사용하여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왔고, 다양한 간접 경험(예: 종이에 뭔가 열심히 스케치하는 예술가를 담은 영상)을 통하여 '창조의 수단=종이'라는 공식이 어느 정도 두뇌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눈앞에 최신형 컴퓨터보다도 깨끗한 종이와 잘 깎인 연필이 있을 때, 창조적 두뇌가 훨씬 활발하게 움직이는 듯 합니다. 이것은 설명할 수도 없는 단지 '느낌'일 뿐이지만, 창조라는 미묘한 작업에 있어서 '느낌'의 차이는 결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특정한 작업 공간이나 필기구를 고집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정보기기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이런 느낌까지 흉내내기는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

마치며

연구자로서 저의 목표중 하나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정보기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마음 편하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닙니다 ;)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된지 30년이 넘어서도 '창의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직도 종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종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떠올려 보려고 합니다.

항상 사용가능하며, 표현의 무한 자유를 보장하며, 종이의 촉감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정보기기, 꿈이라도 구체적으로 꾸어보면 언젠가는 현실이 될 수 있겠죠?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 관련된 예전 포스팅에서 발견한 인용구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For us, it is all about refining and refining until it seems like there's nothing between the user and the content they are interacting with."
-Jonathan Ive, Chief Designer in Apple Corporation

MS Bing에서의 인턴을 마치고

유학생활 : 2010. 9. 12. 07:34   By LiFiDeA
최근에 3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쳤습니다. Bing서치와 MSR Clues그룹에서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고, 짐을 챙기다보니 제 사무실이 있는 Bellevue에 처음 왔을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낯선 환경과 일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이곳에서의 생활에 정착한 느낌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인턴 기간동안 느낀점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박사 졸업 후 진로 : 회사냐 학교냐

인턴십은 많은 부분 일 자체보다는 일을 통한 배움에 의의가 있을 것이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마도 향후의 진로에 대한 더 나은 의사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는 데 있을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제게 가장 중요한 결정은 향후에 산업걔(industry) 혹은 학계(academia)에 진출하느냐였습니다.  물론 인턴십 한번으로 회사 생활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Bing과 MSR에서의 경험은 많은 것을 명확하게 해 주었습니다. 저의 깨달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는 제한된 환경에서의 보호를, 학교는 자유로운 환경에서의 책임을 제공한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실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마음껏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일 매일이 흥분의 나날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큰 조직이 주는 안정감과 지원, 그리고 보상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초기의 환상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회사라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연구자들이 받는 제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연구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모든 과정에서 회사의 정책과 우선순위를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과 철학을 공유하는 조직에서 일을 한다면 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학자로서의 독립성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학계에서의 생활은 많은 부분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신임 교수나 연구원으로서 자신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펀딩(grant)을 따 내고, 이를 같이 수행할 협력자들과 학생을 구해야 합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 과정을 모두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신입 조교수들이 대부분 엄청난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아울러 학계에서의 실적은 퍼블리케이션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므로, 학계에서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는 비교적 용이하지만 그 반대는 좀더 힘들어 보인다는 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까지 고려한다면, 만약 연구자로서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찾을 수 있다면 그곳을 선택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학교에 자리를 잡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학자로서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절충안으로는 Microsoft Research등의 산업체 연구소에 자리를 잡는 방법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인턴을 위한 조언

다음으로, 인턴 생활을 더 잘 하기 위해 염두에 둘 사항입니다. 우선은 맨토(상사)를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맨토의 개인적인 능력과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어야 인턴으로 있는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머신, 데이터 등)을 구해주고, 잡무 등에서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인턴 기간동안 수행할 프로젝트의 선택입니다. (프로젝트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3개월 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적당한 크기와 난이도의 일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며, 더 중요한 점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느냐입니다. 저의 멘토는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Don't choose a project unless you have the data ready at the 1st day of your internship
실제로 주변에서 선택한 프로젝트의 데이터가 준비되지 않아 한달 가량을 허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문제 정의 및 데이터 분석, 해결책 도출 및 정리 발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착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는 피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고려사항은 맨토 및 자신의 팀이 얼마나 해당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느냐입니다. 프로젝트가 다른 사람들의 관심사에 부합할 경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인턴 기간에 결과를 내기가 용이해집니다. 또한 인턴 기간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이 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실시간 검색(real-time search)라는 토픽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이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위 사항을 고려하여 다른 프로젝트를 선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었고, 맨토 및 팀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나 합니다. 인턴 생활을 통해 졸업이 앞당겨진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의미있는 기여를 할 수 있었고, 새로운 분야의 연구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웠습니다.

글을 마치며

3개월이라는 기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에도 바쁜 시간입니다. 하지만, 학교 생활과는 전혀 다른 회사에서의 업무 경험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늦어도 어느 정도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는 3~4년차에 꼭 지원해볼 것을 권합니다. 

3년전 처음에 유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제게는 여러모로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학부에서 대학원 과정으로, 전자 전공에서 컴퓨터 전공으로, 마지막으로 가족과의 삶에서 자취로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변화가 버겁게 느껴졌었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낯설더라도 더 진취적인 길을 택한 것이 더 많은 배움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번 인턴십을 시작하면서도 꽤 많은것이 바뀌었습니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학교에서 회사로, 교수님과 일하던 생활에서 상사(여기서는 mentor라고 부릅니다)와의 업무로, 데스크톱 및 개인 정보의 검색에서 웹 검색이라는 주제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한달을 보냈지만,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이 지난 3년간의 그것에 필적한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서는 그 중 몇가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틀'이 주는 편안함

처음에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중 하나는 '자유로움' 이었습니다. 병역특례로 회사경험을 하면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내 일' 보다는 '회사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갑갑했었나 봅니다. 미국 대학원에서 원하는 공부를 하면서는 비로소 관심 분야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교수님의 신뢰를 얻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에는 일을 하는 시간과 장소, 방식에 있어서도 거의 무한의 자유를 부여받았습니다. 어찌보면 예전에 꿈꾸던 삶에 다가간 것입니다. 

회사 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런 자유에 길들여진 자신이 다시 회사 생활이라는 틀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및 프로젝트의 결정 및 진행이 개인의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여기서의 생활은 그다지 답답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수행하던 예전에 비해, 조직에서 부여하는 어느 정도의 틀에 따라 규칙적으로 이루어지는 이곳 생활이 훨씬 편안했습니다. 학교에서는 한순간도 연구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으며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여기서는 많은 일들이 이미 결정되어 있으며 업무시간에는 열심히 하다가도 퇴근 후에는 회사 일이 머리를 자연스럽게 떠나기 때문입니다.


학계와 업계에서의 연구

검색이라는 분야에 뛰어든 것도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학문적인 관점에서만 접근해 왔고, 제 주변에도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 와서 달라진 점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검색 연구자 및 개발자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분야의 특성상 학계와 업계의 연구가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둘의 초점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우선 학문으로서의 검색은 고정된 질의어(query) 셋에 대하여 베이스라인 시스템 대비 몇 퍼센트의 성능향상을 가져오는 알고리즘 및 피쳐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왜 이들이 잘 동작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연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굉장히 크고 복잡하며 이미 엄청난 노력이 집약된 상업용 검색 엔진을 대상으로 하기에, 학계에서처럼 단순한 지표 몇개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한 사용가능한 데이터의 양이 제한된 학계에 비해, 실 사용자의 모든 활동이 기록되는 이곳의 환경에서는 실 사용자의 반응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용이합니다. 

요약하면 학교에서의 연구는 Why에, 여기서의 연구는 How에 초점을 맞추며, 이런 차이가 업계에서의 연구를 과학(science)보다는 공학(engineering)에 가깝게 합니다. 수많은 피쳐와 검색 모델이 개발 및 사용되지만 왜 그것이 동작하는지는 두번째 문제입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할 여유는 별로 없습니다. 학교에 있으면서 실제 사용자와 유리된 연구 환경에 답답함을 느꼈었지만, 이런 공학적 접근을 보면서 학문으로서의 검색 연구가 갖는 가치를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아직 한달이 갓 넘은 회사 생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잘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진학을 계획중이라면 맛보기 및 네트워킹을 위하여, 학계를 꿈꾸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공계 대학원생의 여름 인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작년부터 검색 서비스 업계의 화두는 '실시간 검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검색엔진 빅3(구글, 야후, 빙)에 이어 국내 포탈에서도 실시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의 카페인 인덱싱 발표를 계기로, 더 신속한(fresh) 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구글의 발표 및 그리고 실제 사용자들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블로그 및 뉴스 페이지가 업데이트된 후 검색에 표시되기까지 1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실시간 검색이야 이미 다 되는 기술인데 뭐가 대수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네이버의 개편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한대로 실시간 검색에 대한 빅3와 국내 포탈의 접근방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오늘은 실시간 검색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야후! 리서치에서 발표한 최근 연구 논문에 따르면 실시간 검색의 주된 이슈는 1) 질의의 실시간성을 가리는 것 2) 실시간성 질의에 대한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예컨데, 마이클 잭슨의 사망소식이 전해졌을 때 질의어 'michael jackson'에 대해 최신의 권위있는 뉴스 결과를 제공한다면 성공입니다. 

이들은 실시간성 질의의 경우, 갑자기 질의량이 폭증한다던가 최신 뉴스 기사에 등장하는 단어가 사용된다는 등의 특성(feature)을 이용하여 최대 90%의 확률로 실시간 질의를 가려냅니다. 이런 식으로 분류된 실시간성 질의에 대해서는 문서의 시간, 종류, 속보성(hotness)등을 랭킹에 적극 반영합니다. 하지만 실시간 질의의 경우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기법이 유효하기에, 기존 검색 모델의 성능을 살리는 동시에 실시간성을 고려하기 위해 이들은 세가지 기계학습 기반의 검색 모델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반 질의와 실시간 질의 처리에 모두 사용가능한 학습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서 이들은 문서의 품질 평가에 일반적인 기준을 번저 적용하고, 나중에 실시간성을 반영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처럼 실시간성 질의와 일반 질의를 분리하여 처리하기에, 각각의 유형에 따른 적절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들의 최신 논문에서는 트위터 등의 SNS를 활용하여 실시간성 질의의 검색 결과를 더욱 향상시키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 실시간성 질의가 아닌 경우에도 문서의 업데이트 주기 등을 랭킹에 반영하는 방법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구글의 발표내용을 살펴보아도, 모든 웹페이지의 변화 내용을 감시할 수는 없기에 페이지의 중요도 및 업데이트 주기를 고려하여 인덱싱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등 실시간 검색 구현을 위한 고려사항이 복잡다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실시간 질의를 제대로 구현하는 데에는 인덱싱에서 검색 모델과 특성(feature), 그리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려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내 포탈에서는 아직 제한된 검색어에 대해 편집된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뉴스 속보 등에 관련된 질의에는 대응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검색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테일(tail - 적은 빈도의) 질의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가 없습니다. 검색 엔진의 경쟁력이 사실상 테일에서 결정된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검색엔진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하면서 질의의 범주도 다양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